금융사고에 충당금 이슈까지…성과급 시즌 맞아 뒤숭숭한 증권가
입력 2025.04.09 07:00
    취재노트
    3월까지 대부분 성과급 지급 마무리
    IB 부서 위주로 불만 목소리 고조
    "업무 강도 느는데 성과급은 외려 줄어"
    이연성과급으로 3~4년 걸쳐 지급에
    금융사고·PF 등 충당금 늘어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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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달 성과급이 지급됐는데, 내부 직원들이 퇴사하겠다 뭐다 난리다. 연초부터 날밤을 새워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지난해 금융사고 등 이슈로 성과급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참 난감하다" (한 증권사 IB부서 부서장급 관계자)

      성과급 시즌을 맞은 증권가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특히 기업금융(IB) 부문을 위주로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각종 금융사고들과 PF 부문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이슈로 성과급이 증권사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증권가는 전통 IB 재건에 사활을 걸며 영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당장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성과급은 실무진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비율을 확정하고 본격 도입된 이연성과급제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지난달까지 지난해 성과급 지급을 마무리했다. 증권사별로 성과급 지급 시기와 횟수(상반기·하반기 연 2회 지급, 연 1회 지급 등) 등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3월까지는 성과급 지급이 이뤄진다. 

      올해는 증권사 전반적으로 성과급이 줄어든 가운데, 하나증권과 상상인증권 등 일부 하우스의 특정 부서는 성과급이 아예 '제로'로 책정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는 IB 부서를 중심으로 새어 나오고 있다. 통상 IB는 증권사의 프론트 부서 중에서도 '꽃'이라고 불리며, 고연봉·고성과급의 상징과도 같았다. 다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대표적인 수익 부서였던 부동산 PF 부문이 시장이 경색되며 대거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IB 부서의 '성과급 잔치'는 옛말이 됐다는 평가다.

      당국의 지적으로 도입을 강화한 이연성과급제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은 이연 성과급 비율을 확정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첫해 60%, 나머지 3년간 13%, 13%, 14% 수준이며, NH투자증권의 경우엔 30%, 30%, 40%, KB증권은 첫 해 50%, 나머지 50%를 3년간 나눠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원 수준의 성과급도 최대 4년까지 이연해야 하는 탓에, 당장 받아드는 성과급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연성과급제가 PF 부서뿐만 아니라 ECM과 DCM 등 다른 전통 IB 부서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이다. 수수료 수익에 기반하기 때문에 충당금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통 IB에까지 이연성과급제를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과거보다 더 높아진 업무 강도도 실무진들에게는 허탈할 수 있는 부분이다.

      PF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는 중·소형 하우스들까지 전통 IB 강화에 뛰어들며 영업 환경이 더욱 빡빡해졌다. 반면 경쟁이 격화하면서 수수료율은 오히려 줄었다. 유상증자 수수료율은 회사채 발행 수수료율까지 떨어졌고, 회사채 수수료율도 과거 대비 5~10bp(1bp=0.01%포인트) 가량 하락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부서의 영업 목표치는 올라갔는데, 경쟁사들은 더 늘어나며 업무 강도가 크게 늘었다"라며 "당장 고생의 성과는 내년에야 보상받을 수 있고, 이마저도 이연해 지급받아야 하니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만은 특히 지난해 금융사고와 PF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많았던 하우스들을 위주로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ETF LP 운용 손실로 1300억원이 넘는 일회성 충당금 적립이 있었다. 이와 별개로도 GIB 그룹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누적 기준 4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의 GIB그룹은 부동산금융과 대체투자 영역에서 지분투자, 파이낸싱주선, 자문업무 등을 담당하는 GIB1그룹과 DCM과 ECM 등 기업금융업무를 담당하는 GIB2그룹으로 구성돼있다.

      대규모 금융사고와 IB 부문 자체의 수익 저하로 성과급 규모가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GIB그룹의 부진한 실적이 업계 전반에 걸친 부동산 PF 여파가 지속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보고 있는데, 직접적인 업무 영역과 무관한 홀세일그룹에서의 사고와 PF 여파로 성과급이 줄었다는 점에서 전통 IB 부서의 실무진들은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KB증권의 성과급도 직전 년도 대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중·소형사 대비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 당국 주도의 PF 채무보증 건전성 재분류 과정에서 요주의이하자산 규모가 작년 12월 기준 1조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2413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대손충당금도 같은 기간 2461억원에서 3485원으로 증가했다. 

      작년 12월 기준 KB증권의 요주의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31% 수준인데, 이는 38% 수준인 다른 대형 증권사들(2024년 9월 기준) 대비 낮은 수준이다. 올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내년 성과급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KB증권은 성과급을 전사가 '공유'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올해 KB증권의 성과급이 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충당금 이슈 때문"이라며 "물류센터 등 일부 사업장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충당금을 작년 연말에서야 쌓기 시작해서 올해는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