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구하기 어려워 가까스로 CP 발행한 롯데건설
입력 2025.04.09 07:00
    2000억원 규모 CP 발행
    발행 주관사 겨우 확보
    조건부 승인 내건 투심위
    "발행환경 점차 어려워져"
    홈플러스 회생 여파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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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건설이 가까스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2일 총 2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각각 ▲29일물 500억원 (NH투자증권 주관) ▲88일물 1000억원 (IBK투자증권) ▲90일물 500억원 (NH투자증권)이다. 지난 2월21일에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으며, 1월 2일 발행한 CP 1650억원은 4월2일 만기가 도래했다. 현재 CP 잔액은 300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만기가 도래한 기존 CP를 차환하기 위해 발행했다"며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롯데건설은 이번 CP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숨 고를 시간을 벌었다. 다만 발행 주관사를 찾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CP 발행 요청을 받은 일부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하거나 심사부에서 투자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발행 주관을 맡은 한 증권사의 경우 투자심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CP 발행 후 전액 재매각(셀다운)해야 하며 발행 전에 이를 매입할 기관투자자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캐피탈사들이 매입하기로 하며 투심위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CP를 발행할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부 증권사는 롯데건설이 제시한 조건이 자사의 조건에 맞지 않아 심사팀에서 발행을 부결했다. 당시 롯데건설이 요구했던 조건은 1년 만기의 5% 중후반 금리였다. 발행을 부결한 증권사는 이보다 짧은 만기와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

      롯데건설이 발행했던 CP는 시장에서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A2+' 신용등급인 롯데건설 CP는 민평금리보다 200bp(bp=0.01%) 높아도 수요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금리 수준만 보면 현재 신용등급보다 한두 단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건설이 CP를 발행하는 환경이 점차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건설 CP는 시장 유통이 어렵고 발행 조건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MBK의 홈플러스 회생 여파로 단기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몫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 달짜리 CP를 발행한 걸 감안하면 앞으로 차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롯데건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증권사에 요청을 많이 하는데 증권사는 손실 가능성을 생각하면 섣불리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롯데건설은 "만기가 짧아진 건 특별한 이유는 아니며 인수 증권사의 내부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 밝혔다.

      이미 롯데건설은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서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마곡 CP3-2 오피스 '케이스퀘어 마곡' 지분 30%를 매각하기 위해 자문사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민간임대 리츠 지분 등을 매물로 내놨으며 서초 잠원동 본사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 매각 시점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CP 발행 환경이 나빠지더라도 부동산 매각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면 롯데건설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 여전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롯데건설과 관련한 업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여전사 한 관계자는 "5월에 1분기 실적을 담은 분기보고서가 나오고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 발표 이후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CP 금리뿐 아니라 롯데건설이 차환(리파이낸싱)해야하는 사업장 금리 등도 오를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