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 최선호 종목 등극
차기 대선 영향·금감원 최종 승인 여부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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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일방적 상호관세 부과와 중국의 보복 등 무역전쟁 재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런 흔들림의 영향을 덜 받는 모양새다. 단기 주가 부진으로 예상 신주 발행가격은 더 떨어졌음에도 하루만에 주가 하락폭 대부분을 만회하며, 증자 흥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적 변수가 불거진 데다, 한화에어로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한화와 한화에어지의 합병설을 부인해야 할 정도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은 유상증자 흥행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9일 69만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 직후였던 지난 20일에는 63만 원까지 밀리며 13% 가까이 급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3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로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며 비교적 주가를 잘 방어했다. 다만 7일에는 시장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이후 유상증자 규모 축소 공시에 코스피도 반등이 나오며 70만원 근처까지 주가가 회복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 구조 변경 과정에서 신주 발행 가격도 기존 60만5000원에서 53만9000원으로 15% 할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로 인해 최근 주가가 잠시 하락한 영향에서다. 청약예정일은 6월 4일에서 6월 5일로 하루 밀렸다.
신주 발행가가 15%나 할인되며 현재 주가 흐름이 유지된다면 일반공모 청약 물량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더 적어졌다는 평가다. 유상증자 청약만 해도 25%가량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에는 25%의 관세가 책정됐다. 방산주는 오히려 상승 모멘텀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부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방위비 분담 압박이 높아질 수 있는 까닭이다.
증권사들도 관세 발표 이후 최선호 종목으로 방산주를 꼽는 상황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를 가장 잘 회피할 수 있는 업종은 미국으로의 수출품이 없는 방산"이라며 "미국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부분은 없고 타국을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재료 역시 국산화를 추진해 대외 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올해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차기 대선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화그룹의 유상증자가 경영권 승계에 활용될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언급했다. 그는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6000억 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며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정치권의 인식이 한화에어로의 향후 주가에 일정부분 변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4일 오전 상승세를 그리던 한화에어로 주가는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온 직후 주가가 급락하며 장중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
또다른 변수는 금융감독원이 또 다시 정정을 요구할지 여부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한화에어로가 공모 규모를 줄이고 부족 분을 한화에너지 제3자배정으로 해결한다고 발표한 것 역시 이런 연장선상이다. 다만 한화에너지로 빠져나간 1조3000억원을 다시 한화에어로에 되돌리면서, 한화에너지의 지배력만 커지는 결과가 됐다는 점은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
금감원 역시 이번 유증 규모 축소는 긍정적이지만, 공시 심사는 관계없이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며 증자 구조의 변경 경위나 배경이 잘 기재돼 있는지가 주요 심사대상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현 수준만 유지한다 해도 증자 참여 주주들은 차익을 크게 낼 수 있어 증자 흥행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라면서도 "아직 청약까지는 2개월가량 시간이 남은 상황이다. 실권주 발생 가능성을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