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경쟁보다 투자자 수익률 높이는데 집중할 것"
고환율·변동성 확대에 헷지형·버퍼·커버드콜 ETF 주목
"TDF ETF, 은퇴자 자금관리 편의성으로 성장 가속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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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환율·관세發 증시 하락 등의 이슈로 성장 가도를 달리던 ETF 시장도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형 ETF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ETF 순자산 규모도 15개월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ETF 종목 간 옥석가리기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운용사들은 상품 차별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보수(수수료) 인하에 사활을 걸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려고 했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이익은 점차 줄고 있고 최근 주가 하락세가 매서워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는 분석이다.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부사장)은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 향상에 관련이 없는 점유율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혁신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관리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으로 수수료 인하했지만…수익률로 결과 보여줘
ETF 시장에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수 인하 경쟁은 상당히 격렬한 양상을 보여왔다. 작년 4월 삼성운용이 먼저 보수 인하를 발표했고, 올해 2월에는 미래에셋운용이 뒤를 이었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의 보수 인하 직후 삼성운용이 바로 다음날 더 낮은 수준의 ETF 총보수를 책정한 것은 양사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최저 보수 타이틀'을 위해 업계의 건전한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보수를 낮춤으로써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운용사들을 더욱 버티기 힘든 환경으로 내몰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박명제 부문장은 "작년 4월 당시, KODEX 상품은 TR(Total Return)형 상품으로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함으로써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소한 스타일인 만큼, 수수료 인하로 주목을 끌고 우수한 수익률을 제시해 투자 경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S&P500·나스닥100 TR형 상품들의 높은 수익률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초 일평균 30억원 수준이던 개인 순매수가 올해 3월에는 13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박 부문장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에 초점을 두고 상품 운용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운용이 최근 진행한 투자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ETF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이 '수익률'이라고 답한 까닭이다.
고환율 부담된다면 헷지형 ETF, 변동성 우려엔 버퍼·커버드콜 상품 유효
삼성운용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시 약세와 고환율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종목으로 헷지형 상품과 버퍼·커버드콜 ETF를 추천했다. 두 상품 모두 환율과 증시 하락의 일정 분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박 부문장은 "주식시장의 저점을 100%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시장 급락 시 분할 매수전략을 추천한다"라며 "지금의 고환율이 부담되는 투자자들은 KODEX 미국S&P500(H) 상품 등 헷지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장기적인 상승은 믿지만 단기적으로 추가하락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은 버퍼 상품(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이나 대표지수 커버드콜 상품(KODEX 미국S&P500데일리커버드콜OTM) 진입 역시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버퍼 ETF는 삼성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ETF 상품이다. 옵션을 활용해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여서 하락장에 매력적이다. 출시 이후 일평균 20억 가량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상품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좋은 첫 출발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환 오픈형으로 구성해 원달러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시 손해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구조라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최근 환율이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손실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감안해야 하는 셈이다. 아울러 상품이 복잡해 매수 시점에 따라 증시 하락분 방어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경쟁 운용사들이 버퍼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상품의 난이도가 높다는 것은 박 부문장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부문장은 "최초 유형이어서 상품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사 홈페이지에 버퍼 ETF 현황에 대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라고 했다.
환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손실 가능성(이익 가능성도)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상장 여타의 환오픈 상품과 동일하고, 달러로 환전하여 버퍼 ETF를 직구하고 나중에 매도 후 원화로 환전해도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판 커지는 TDF ETF 시장…운용업계 경쟁 본격화
운용사들이 차기 각축전을 벌일 상품 중 하나는 TDF ETF가 될 것이란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4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에 장기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 이를 선점하려는 운용사들의 경쟁이 ETF 시장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박 부문장은 "TDF 시장에서 ETF형 상품의 성장은 매우 명확할 수밖에 없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는 TDF 시장의 고객층 변화에 주목한 분석이다.
지금까지 TDF 시장이 주로 '적립식' 연금 투자자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연금을 실제 인출해 사용하는 은퇴생활자들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자산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소극적 성향의 장기 투자자에서 ETF의 편리성과 유동성을 추구하는 적극적 성향의 투자자로 해석하고 있다.
박 부문장은 "TDF ETF 상장 초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라며 "ETF 특유의 편리성, 투명성, 저보수가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간별 수익률 비교 최상단을 TDF ETF가 차지하자 특히 젊은 스마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TDF ETF가 주목받는 이유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실시간 확인 가능성과 매매의 편의성이 꼽힌다.
기존 TDF 상품은 해외 주식과 국내외 채권으로 구성된 자산배분형 상품 특성상 매도에 약 10일이 소요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투자자가 정확히 얼마의 금액으로 펀드가 매도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자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반면 TDF ETF는 투자자가 직접 지정한 가격으로 매매 주문이 가능하고, 거래 체결 후 3일 내에 현금화할 수 있어 자금 운용 계획 수립에 효율성을 높인다는 평가다.
운용사들은 TDF ETF의 차별점으로 '위험자산 비중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위험자산에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규제가 있지만, TDF ETF를 활용하면 이 제한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투운용이 상장한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ETF가 위험자산 비중을 99%까지 높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TDF ETF 시장은 2022년 6월 KODEX, KIWOOM, PLUS가 10개 상품을 첫선을 보인 이후, 같은 해 RISE, 올해 ACE와 TIGER까지 가세하며 총 16개 상품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