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몸값·복잡한 주주 구조에 통매각 난망
자산양수도 등 분할 매각 시나리오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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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가 늦어지자 경영권 매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카카오엔터는 오래 전부터 외부 투자를 받아왔고, 2023년에는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만큼 주주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카카오엔터의 높은 몸값과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탓에 현재로서는 상장도, 매각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카카오엔터의 주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경영권 매각 추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설이 불거지자, 카카오 측은 9일 “주주들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카카오가 ‘경영권 매각 추진’까지 언급한 데에는 주주들과의 ‘주주 간 계약(Shareholders’ Agreement)’ 내용을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3년 말 기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66.03%를 보유한 카카오다. 앵커PE가 약 12.42%를, GIC와 PIF가 각각 5.1%, 중국 텐센트가 4.61%를 보유 중이다.
2대 주주인 앵커PE는 2016년 카카오의 자회사(포도트리)에 투자한 시기를 감안하면, 카카오엔터 투자 기간이 약 10년에 달한다. 상장이 늦어지며 앵커PE가 기대하는 기업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2023년 초 PIF와 GIC는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카카오엔터는 상장을 준비 중이었고, 대규모 투자금이 유치된 만큼 회수 조건이 까다로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과 카카오엔터 모두 지난해부터 주주들의 회수 방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해왔고 '해답'은 없는 상황인데, 과연 경영권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도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처럼 비상장사가 투자를 유치할 경우 주주간 계약에서 핵심은 IPO, M&A 등 회수 전략과 관련된 조항이다. 특히 비상장사라면 투자자 보호 장치로 Q-IPO(계약상 요건을 충족한 IPO)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IF와 GIC의 투자 당시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약 11조원으로 책정됐고, 포스트밸류(프리밸류 + 신규 투자금) 기준으로는 11조원 이상의 몸값을 평가받았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몸값과 주주 관계를 고려했을 때, 통매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내 주요 엔터사나 게임사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 의지가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특성상 사모펀드(PE) 같은 재무적 투자자(FI)가 인수해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감성 비즈니스'인 엔터 업종을 효율성을 중시하는 FI가 관리하고 성장 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와 제작사(감독, 작가 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고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도전장을 내밀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자산양수도 방식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뮤직(연예기획),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제작사) 등 세 가지 핵심 사업을 운영 중이다. 각각 사업 영역이 다르고 전체 몸집이 너무 크니, 사업 일부 또는 전부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거래를 시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카카오엔터는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 드라마 제작사, 웹툰 지사 등 적자 자회사들에 대한 지분 매각 및 청산 작업을 진행해왔다.
여전히 국내외 상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2년에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쪼개기 상장’ 논란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인해 상장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이슈가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LS그룹이 다시금 해당 이슈를 촉발하면서 정치권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DN솔루션즈를 비롯해 CJ그룹의 CJ올리브영, SK그룹의 SK온 등 향후 대기업 자회사들의 IPO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미국 증시 상장도 검토했다. 당시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며, 기업가치 20조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 상장 역시 쉽지 않은 길이 됐다.
콘텐츠 업종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 상장은 하나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먼저 나스닥에 상장한 네이버웹툰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의 국내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중복상장 논란까지 겹쳐 IPO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엔터처럼 주요 자회사에 대해 매각이나 투자자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 본격적인 매각 추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