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기회'라는 공감대는 있지만
FI 전체 밸류 동의까지 쉽지 않을 듯
정권 변화 따라 리스크 달라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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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인수에 나선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재무적 투자자(FI) 간의 '몸값'에 대한 시각 차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FI들은 '지금이 적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투자 시기 등 상황이 다른 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만약 일부 FI가 빠지게 되면 VIG 측이 원하는 지분율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VIG 측이 자금 모집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 성사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10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카카오모빌리티 소수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자자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인수금융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우리은행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VIG 측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미팅을 갖는 등 해외 투자자 위주로 자금 모집을 추진 중이다. 이번 거래의 매각 대상은 FI들이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약 40%다. 경영권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후 VIG 측이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건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VIG 측의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매도자인 FI들 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두고 여전히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FI들 전반적으로는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공개(IPO)가 지연되고, MBK파트너스로의 매각 시도도 무산됐고, 정부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난이도가 높아져 왔다.
다만 FI 간 투자 시기와 당시 책정된 밸류가 서로 달라 각자의 계산법이 다르다는 평가다. 현재 VIG 측과 FI 측은 구체적인 밸류를 확정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밸류에 대한 이견이 있는 FI 내부에서도 이번이 '좋은 기회'라는 공감대는 있지만, 수익률 등을 고려해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주요 주주가 매각에 참여하지 않으면 딜이 성사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어, 엑시트를 원하는 FI들 또한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 중인 상황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57.2%)다. TPG 컨소시엄(24.51%), 칼라일(6.17%) 등이 주요 주주이며, TPG 컨소시엄에는 한국투자·오릭스PE, JC파트너스, 블랙록, GEM캐피탈, OA모빌리티유한회사, 토팡가(Topanga Private Opportunities)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로는 LG(2.46%), GS(2.04%), 구글(1.52%)이 있다.
TPG는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모빌리티에 약 6400억원(컨소시엄 합산 기준)을 투자했다.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 설립 당시, TPG 컨소시엄은 기업가치를 1조6300억원으로 평가하고 5000억원을 투입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3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칼라일(2200억원), 구글(565억원), TPG 컨소시엄(1400억원)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해 7월에는 ㈜LG(1000억원), GS그룹(950억원)으로부터 투자받으며 4조93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TPG 컨소시엄이 대신증권에 약 700억원 규모의 소수 지분을 매각할 당시에는 7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밸류에이션 협상이 딜 성사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치적 환경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달 초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이뤄졌으며,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정권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택시 사업 구조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왔다. 만약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이러한 압박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노동권을 강조하는 정권일 경우, 택시 노조 등 관련 이슈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 관세 정책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제조업에 비해 내수 플랫폼 비즈니스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