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에 눈치보는 한화그룹…野는 '한화 저격 세미나' 개최
입력 2025.04.11 07:00
    野, 한화에어로 유증 후 지분 승계 정면 비판
    유증 규모 축소 제스처에도 정재계 갈등 고조
    환노위 의원실,한화오션 중대재해 '예의주시'
    野 "상법개정안은 당론, 한화家 행보와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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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경영권 승계 과정이 정치권, 특히 야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화가 단행한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이 야당 당론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다.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화'가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과 재벌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야당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정치적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4일 '한화 경영권 3세 승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회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싣는다. 한화의 경영권 승계와 유상증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전방위적으로 제기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달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하루 만에 13% 하락해 개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며 "같은날 모회사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는데,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정면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방식이 야당이 추진해 온 상법개정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가 한화의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를 지적하자 한화 측은 "지분 증여로 인한 상속세는 증여일 기준 전후 2개월 주가의 평균 가격으로 결정돼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러한 한화그룹의 빠른 대응은 민주당 내부에서 '비협조적 태도'로 받아들여지며 양측 간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를 상법개정안 통과 필요성의 대표적 근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관련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인용으로 여야 역학관계가 달라진 상황에서 각 대선 주자들이 재벌 개혁과 상법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행보는 이런 정치적 흐름에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향후 한화그룹이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한화그룹이 갑작스럽게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 등 계열사들이 할인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한화는 한화에너지와 ㈜한화 간 합병설도 전면 부인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감시 레이더가 한화오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올해 초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법원은 "위험의 외주화를 의도한 것이라고 상당한 정도로 의심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환노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한화오션에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지난 2022년부터 하청업체 근로자 5명을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문제도 야당 측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대관 역량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화오션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지만, 여당과의 소통 채널에 편중돼 있어 야권과의 관계 구축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반발은 자문사들이 모두 예상했던 일이나, 그룹 측에서는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하기보다 계획된 일정을 강행했다"며 "한화에너지 IPO를 서두르는 것도 향후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야당의 상법 개정 추진에 부담을 느껴 승계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일부 전략적 실수를 범했다는 분석이다.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한화그룹은 승계 계획의 속도와 방향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은 향후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화그룹 측은 "유상증자와 경영권 승계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풍향계를 면밀히 살피며 승계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화에너지 IPO와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를 보다 신중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