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측에는 별도로 자료 제출이나 답변 없었어
민주당, 청문회 추진 가닥…국힘과 논의해 일정 확정
국회는 '모르쇠'하고 일부 사재 출연…"무책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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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600억원 규모의 대출 지급보증에 나선다. 별개로 수백억원을 홈플러스에 증여도 진행했다.
다만 구체적인 답변을 10일까지 요구한 국회에는 구체적인 사재 출연 방식과 금액, 시기 등과 관련해 아무런 답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김병주 회장을 소환해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추진하는 홈플러스에 대한 DIP(Debtor-In-Possession financing) 대출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다. DIP 파이낸싱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일종의 구제 금융이다.
대출 조건은 금리 연 10%에 만기 3년으로, 김 회장이 지급 보증을 섰기 때문에 홈플러스가 갚지 못하면 김 회장이 대신 갚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김 회장은 지난달 수 백억원 규모의 개인 자금을 홈플러스에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김 회장이 출연한 사재의 규모를 약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측에서 금융당국에 현재까지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를 약 1000억원 정도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이날까지로 기한이 예정된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대책을 국회측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에게 사재 출연 계획을 포함한 변제안을 10일까지 제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병주 회장이 사재 출연을 약속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던 만큼, 먼저 대책을 내놓고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발표 당시에도 다소 급하게 사재 출연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14일 기자간담회까지만 하더라도 MBK파트너스는 사재 출연 가능성에 선을 그었으나, 불과 이틀 뒤인 16일 입장문을 통해 관련 계획을 발표한 까닭이다.
사실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지 않아도, 국회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더군다나 홈플러스와 관련해 국회가 긴급 현안질의를 실시했던 지난달과 현재의 국회 내·외부 분위기도 상당히 변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고,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대선'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생겼다.
이러한 국회 내부 기류 변화와 국회가 실질적으로 사재 출연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김 회장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김 회장이 자발적으로 국회가 요구하는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출연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회에서는 김 회장의 무응답을 두고 불편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김 회장이 일부 사재를 출연하긴 했지만, 이는 국회가 요구하는 '조 단위' 눈높이와 턱없이 차이나는 규모다. 앞서 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1조원 규모의 투자와 2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실 1000억원이든, 단돈 1000원이든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국회측의 요구에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으면서, 김 회장이 본인 마음대로 사재 출연 규모와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사 대표의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는 MBK파트너스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 회장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이며, 국민의힘과도 개최 일정을 놓고 조만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 청문회의 실효성과 다른 사안의 시급성 등을 이유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일정 자체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당 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청문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는 통일된 의견을 모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김병주 회장을 소환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아직 국민의힘과 다소 이견이 있는 부분이 있어 전체회의 등 추후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김병주 회장과 홈플러스의 김광일·조주연 공동대표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유동화전단채(ABSTB)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 명확한 보상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당국 역시 홈플러스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최근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서 중요한 사실들이 추가로 발견됐다"면서 "증권선물위원회와 협력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홈플러스 협력업체들은 경영 악화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결제 지연으로 납품을 중단하거나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긴급히 대규모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의 경영정상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 김 회장이 구체적인 출연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정치권과 금융당국, 피해자들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가 추진 중인 청문회가 실제 개최될 경우 김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더 큰 도덕적 책임과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