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검사 확대할 듯
대형 증권사 타깃이지만…중소형사들도 '우려'
캡티브 영업 시정은 커녕 영업만 위축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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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증권사들의 '캡티브 영업'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감독당국이 캡티브 영업과 관련한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같은 관행이 개선되기는커녕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부터 일부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 대상 캡티브 영업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이를 시작으로 다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검사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서는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을 활용해 수요예측에 참여하거나,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이 자산운용, 보험, 캐피탈 등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자체 북(book)을 활용해 수요예측에 참여하면서 시장금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같은 '캡티브 영업' 탓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주관사 딜 수임이 어려워지면서 점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감독당국도 이를 고려해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현장 점검 등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에선 캡티브 영업 규제가 이뤄질 경우 되려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자체 북을 쓰는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 주관사를 따냈는데 대형사 관행을 고치기는 커녕 이같은 방법마저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거꾸로 대형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자산운용이나 캐피탈, 보험 등 여러 계열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는데 실질적으로 당국이 모든 계열사의 투자 결정에 관여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점에서다.
결국 대형사들은 규모만 줄어들 뿐 계열사를 통한 '캡티브 영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우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어디까지 못 들어오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있다"며 "은행, 자산운용, 캐피탈 등 여러 계열사들이 들어올텐데 어느 선에서 끊느냐에 따라 어디는 좋고 어디는 나쁜 게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대형사들이 중소형사들을 '따돌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대형사 일각에선 캡티브 영업 규제 논의를 내심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PF 영업을 대체하기 위해 전통IB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데, 이때문에 대형사들의 수익성도 하락해 왔다는 게 대형사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딜을 따기 위해 무리하게 회사채를 인수하고 며칠 뒤에 손해를 보고서 시장에 파는 경우가 있다"라며 "감독원에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전보다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캡티브 영업 관행에 대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이 각자 다른 데다, 어디까지 실질적인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모호한 만큼 감독당국이 캡티브 영업에 대한 강한 규제를 내놓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캡티브 영업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