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사태 이긴 트럼프 관세…세아제강 흥행에 롯데케미칼 채권도 '불티'
입력 2025.04.14 07:00
    홈플 사태로 비우량채 중심 위축됐던 시장
    트럼프 관세 이후 다시금 활황세로 전환
    A급 세아제강 흥행·리테일선 롯데캠 채권 인기
    금리인하 유력·불확실성 대비 선제 조달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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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로 비우량 채권을 중심으로 다소 위축됐던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황세를 띄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가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들이 조달을 서두르고, 금리 인하가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 막바지 '고금리 쇼핑'에 나선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란 해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 세아제강(A+)은 800억원 모집에 7배가 넘는 5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은 민평금리 대비 파(par·0bp) 수준이었지만, 3년물에서 민평금리 대비 24bp(1bp=0.01%포인트) 낮은 금리로 목표액을 채웠다.

      수요예측 전까지 세아제강의 흥행을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발행 자체에는 무리가 없더라도, 주문량과 금리 수준을 두고는 '빠듯'할 것이란 관측이 다수였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던 까닭이다. 리테일 시장의 꾸준한 수요가 있었던 SLL중앙(BBB)이 미매각 났고, 같은 A등급인 하림지주(A-) 역시 2년물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세아제강의 '깜짝' 흥행을 두고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와 금융당국의 캡티브 영업 검사로 회사채 시장이 다소 활기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상호관세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우려해 뉴질랜드와 인도는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하했고, 다른 국가들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도 앞두고 있어,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로이터(Reuters)는 지난 9일(현지시간) 뉴질랜드와 인도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보도하며, 25% 상호관세에 직면한 한국 역시 금리인하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주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시티리서치와 ING 역시 한국은행의 다음 금리인하 전망 시기를 5월에서 4월 17일로 앞당겼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는 이미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더해 증시 역시 요동치면서, 시장의 자금이 고금리를 찾아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아제강과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LX인터내셔널(AA-)과 SK네트웍스(AA-) 역시 각각 모집액의 10배와 7배에 가까운 주문이 몰렸다.

      유통시장에서도 회사채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한이익상실(EOD) 이슈를 겪은 바 있고, 여전히 부진한 업황에 최근 상호관세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롯데케미칼의 내년 만기 회사채도 이달에만 1200억원 가량 거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며 시장이 다시금 안정을 찾은 모양새지만,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불확실성과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업들의 선제적인 자금조달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당국의 캡티브 영업 검사로 회사채 발행 계획을 중단하거나 잠정 연기했던 기업들도 다시금 발행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최근 주춤했던 발행사들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졌다"라며 "사실 하반기나 연말에 발행하면 조달금리를 조금 더 낮출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달을 마무리하려는 수요가 더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