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락앤락 인수도 검증해야"
해외LP 구성·파트너 국적도 도마 위
투자 활동·자금 조달 차질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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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사태로 국내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정치권의 다음 '타깃'이 될 조짐이다. 시장에서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어피너티가 최근 추진 중인 리파이낸싱은 물론, 향후 투자금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가 LBO(차입매수)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한 후 막대한 부채를 기업에 떠넘기고, 이자 비용과 원금 상환 부담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LBO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PEF 30개사에 내부통제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사모펀드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차입매수 방식을 규제하는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문제와 함께 어피너티의 락앤락 인수 역시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 토론회'에서 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MBK파트너스에 이어 어피너티를 '나쁜 LBO 사례'로 지목했다.
이들은 어피너티가 2017년 락앤락 인수 후 중국 만산공장, 베트남 비나 사출공장 등 여러 자산을 매각한 점과 실적 감소에도 1000억원에 달하는 배당 및 719억원 규모의 주식 소각을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면서도 펀드 지분율을 63.57%에서 69.64%까지 높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치권이 MBK 다음으로 어피너티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의 국적과 투자자 구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투자자(LP) 상당수가 중국 등 해외 자본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 인수 시 해당 기업이 사실상 해외 자본에 넘어간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마찬가지로 홍콩계 펀드로 분류되는 어피너티 역시 투자자 구성과 자본 출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현재 PEF들의 해외 LP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뿐 아니라 민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을 보유한 외국계 사모펀드는 LP 구성과 국적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10년 만에 어피너티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어피너티의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세목과 세율 적정 신고 여부, 국내외 파트너들의 국내 세금 납부 실태, 성공보수 과세 누락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국세청이 MBK파트너스의 기업 매각 양도차익 세금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수순이다.
정치권과 당국의 움직임은 어피너티가 최근 추진 중인 여러 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어피너티는 이달 들어 2000억원대 락앤락 리파이낸싱을 추진 중이지만, 이미 기존 대주단에서 평판이 나쁜 상황이다.
한 증권사 인수금융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의 부실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어피너티의 리파이낸싱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중에서도 락앤락의 경우 실적이 좋지 않아 일부 회사들이 참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어피너티는 향후 롯데렌탈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버거킹 매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자금 소진에 따른 신규 펀드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피너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락앤락 인수 후 보여준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 등의 행보가 MBK-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정책 흐름이 지속될 경우 어피너티가 지금처럼 인수금융으로 1조원 이상을 조달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