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으로 돌아온 MBK의 홈플러스 부동산 매각 전략…운용업계는 책임론에서 자유롭나
입력 2025.04.15 07:00
    취재노트
    높은 임대료 감당 못한 홈플러스…35~50% 임대료 삭감 요구
    시장가 웃도는 임대료로 매각 수익 극대화…결국 부메랑으로
    운용업계도 책임론 제기…"이익 쫓다 리스크 등한시 하진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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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운용업계가 최근 홈플러스의 과감한 임대료 삭감 요구로 술렁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68개 임대 매장의 임대료 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엔 자사 매장을 보유한 펀드·리츠 측에 임대료 35~50% 감액을 요구했다. 공모펀드에는 기존 임대료의 35%, 사모펀드에는 50%의 삭감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펀드·리츠를 운용 중인 운용사와 각 사에 대출을 제공한 금융권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임대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유동성 위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현금 확보를 위해 상당수의 매장 및 부지를 매각했으며, 이를 주로 운용사, 시행사, 건설사들이 매입했다. 이들은 매수 비용의 60~70%를 대출로 충당하고, 홈플러스로부터 받는 임대료로 이자를 납부해왔다.

      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질 경우 대규모 홈플러스 부동산이 공매로 나올 가능성이 커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혹시라도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절반이나 줄인다면 운용사의 대출 상환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EOD(기한이익상실)가 발생할 수 있어 운용사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과 이 같은 임대료 인하 요구가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한다. MBK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유동화하는 전략을 사용해왔다.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것인데, 이 전략은 상당한 부담을 수반했다. 일시에 뭉칫돈을 확보하는 대신, 연간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가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업계관계자들은 MBK가 홈플러스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높음 임대료를 감수했다고 보고 있다. 임대료가 높을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아져 매각가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는 일부 지점의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홈플러스 측도 합의했던 사항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부동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에 집중했다. 일부러 임대료를 시세보다 높여 고가에 부동산을 파는 전략을 썼다"며 "MBK는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시점에 팔 생각이었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영향 및 오프라인 유통회사에 대한 인기 저하로 매각이 지연되면서 결국 높은 임대료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MBK의 부동산 전략이 유효하려면 늘어나는 임대료만큼 홈플러스의 연간 이익 규모가 성장하거나, 통매각 및 폐점으로 비용을 줄여야 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부터 부동산을 현금 확보 수단으로 여긴 MBK가 알짜 점포부터 팔아치우면서 경영 악화를 가속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의 홈플러스 부동산 매각 전략에 대한 회의감이 짙은 가운데 일각에선 운용업계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일 임차인, 시장가 대비 높은 임대료 등의 이유로 홈플러스에 재무적 어려움이 생길 경우 이를 대체할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홈플러스의 재무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오랜 기간 시장에 알려져 있었다는 점이 더욱 이같은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는 국내 운용업계의 책임도 있다고 본다"라며 "외국계는 시장가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대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거래에 대해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해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례로 국내 운용역들도 리스크보다는 이익에만 몰두한 건 아닌지 자기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