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주보다 민감도 높아
연내 목표치 12.5% 달성 어려울 수도
주주환원율 35% 약속도 이행 불투명
임종룡 회장 연임 구상에 부담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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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우리금융지주의 자본비율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 우리금융은 연내 CET1(보통주자본비율) 12.5% 달성을 전제로 주주환원율 35%를 약속했지만, 현 추세라면 이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닌, 경영진의 신뢰도와 향후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불과 며칠 사이에 환율이 50원 이상 널뛰고 있다. 급등과 급락을 오고가고 있지만, 1400원대 환율은 ‘뉴노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4일 1420원대 떨어진 환율이 언제 다시 1500원 가까이 치솟을지 예측 불허다. 이러한 환율 변동성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여파로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환율 상승은 은행지주사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금융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 중 하나다. 외화표시 자산의 비중이 높은 구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고, 이에 따라 CET1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실적 발표에서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비율이 3bp(0.03%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하나금융과 유사한 수준이며, KB금융(1bp), 신한금융(0.8bp)에 비해서는 민감도가 3~4배 높다.
2024년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13%였고, 당시 환율은 1477원 수준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하면 단순 환산으로도 자본비율은 약 12.06%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산을 줄이거나 이익을 더 쌓는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RWA 자체가 감소하기보다는 증가율만 조절하는 수준이어서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다.
문제는 이 자본비율이 단순 수치 이상의 함의를 가진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CET1 12.5%를 조기 달성할 경우 올해 주주환원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목표치 미달 시 주주환원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KB금융과 신한금융이 44%, 하나금융이 40% 수준의 환원율을 제시한 상황에서, 격차는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곧 경영진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신뢰로 직결될 수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앞두고 있으며, 연임을 위해선 올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취임 후 '어닝 쇼크', '부당대출' 등 여러 악재에 시달렸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만약 야심차게 발표한 '밸류업'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내부 신뢰도뿐 아니라 대외 투자자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 발표 당시에도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약속 이행에 실패할 경우 외국인 중심으로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