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양종희ㆍ신한 진옥동...이제사 '내집 마련' 한 금융지주 회장님들
입력 2025.04.15 07:00
    취재노트
    KB 양종희 회장, 최근 개포동 신축 매입
    신한 진옥동 회장도 마포구 아파트 매매
    '은행원적 사고'에 '핵심지' 부동산에 보수적
    최근 핵심지 급등에 조바심? 움직임 많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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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서만 5조원 늘어나며 지난달 말 기준 585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택 시장 자금 공급자인 주요 금융지주ㆍ시중은행 최고경영진이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강남 3구 등 이른바 '서울 핵심지' 요지에 자가를 보유하고 있는 최고경영진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 직장 생활 기간이 30년 안팎임에도, 최근에야 '내집 마련'을 한 이도 적지 않다. 

      오랜 은행원 생활 동안 정부로부터 반복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대해 경고 사인을 받으며, 자가 매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게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KB 양종희, 최근 강남 개포동 아파트 매입...하나 함영주도 핵심지 '관심'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초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아파트를 구입했다. 공급면적 102㎡(약 31평), 전용면적 78㎡(약 24평)의 중형 아파트로,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해 2023년 입주를 시작한 신축이다. 현재 매매 시세는 33억~34억원에 형성돼있다.

      KB손해보험 대표 시절 서초구 방배동 등지에서 전세로 거주해오던 양 회장은 평소 주변에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지론을 설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은행장 시절부터 거주해오던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의 공덕자이를 최근 매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급면적 152㎡(약 46평), 전용면적 114㎡(약 34평)의 중대형 아파트다. 현재 매매 시세는 24억원 안팎이다. 해당 아파트는 2015년 입주를 시작한 준신축으로, 현금청산자 소송으로 인해 입주 후 10년 가까이 등기 절차 진행을 못 하다 올해 초 가까스로 등기가 완료됐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SBJ은행(신한은행 일본법인) 사장 등 일본에서만 10년 가까이 생활해왔다. 2017년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장으로 국내에 돌아온 이후로는 대치동 등 강남에서 전세로 생활하다 은행장 취임 즈음 종로구 송월동 경희궁자이로 이사했고, 2019년부터 현 단지로 이사해 역시 전세로 거주해왔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두산위브2에 거주 중이다. 준공 20년차 구축 아파트로 2017년 매매로 입주했다. 총 47세대의 나홀로 단지로, 공급 155㎡(약 47평), 전용 130㎡(약 39평)으로,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넓은 주거지다. 현재 호가는 21억원 안팎에 형성돼있으나, 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실거래는 2017년 11억7000만원 거래가 마지막이다.

      함 회장은 은행장 시절 고향인 충청남도 부여군 은산면에 단독주택도 마련했다. 퇴임 후 고향에서 지내기 위한 터전으로 해석된다. 다만 올해 초 회장직 연임에 성공해 서울 생활이 길어지며, 매매를 위해 서울 주요 핵심지 아파트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광장아파트에서 오랜 기간 주거해왔다. 공급 149㎡(약 45평), 전용 138㎡(약 42평)의 중대형 아파트로, 1978년 완공돼 47년차에 접어든 구축 아파트다. 동별 용적률 차이로 인해 소송 끝 지난해 1~2동, 3~11동 분리 재건축이 지난해 확정됐고, 현재 시세는 33억원선에 형성돼있다.

      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이른바 '서울 핵심지'에 거주 중인 사람은 KB금융 양종희 회장과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뿐이며, 그마저도 신축은 양 회장 1명이고, 매매도 올해 들어 진행한 것이다.

      현직 은행장ㆍ전직 회장들도 다르지 않아...'부동산 투자' 성공은 김정태 정도

      주택대출 영업 최일선을 뛰는 현직 은행장들은 어떨까.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정 행장은 '아리팍'이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에 거주하고 있다. 재개발 이전인 신반포1차아파트 시절부터 30여년간 주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행장이 거주 중인 150㎡(약 45평) 규모 아파트는 현재 매도 호가가 75억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의 은평뉴타운폭포동 아파트에 15년째 거주하고 있다. 은행원 시절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살고 있던 이 행장은 2010년 은평뉴타운이 조성되던 당시 해당 아파트를 분양 받았고, 지금도 거주 중이다. 현재 매매 시세는 11억~12억원 안팎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의 도화3지구우성아파트에서 21년간 거주하고 있다. 마포초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초품아'로, 168㎡(약 50평) 기준 매매가는 현재 18억원 안팎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서울시 용산구의 주상복합건물인 용산시티파크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이 단지의 172㎡(약 52평) 전세 시세는 현재 약 19억원 정도다.

      전직 회장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덕수궁 뒤편 정동상림원에 2015년부터 거주 중이다. 현재 매매 호가는 20억원 안팎이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은 경기도 성남시 인근 단독주택단지에 거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종규 KB금융지주 전 회장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백조아파트에 1998년부터 거주 중이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건너편으로, 현재 공급 140㎡(약 42평)의 매매가는 14억원선에서 형성돼있다. 다만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 거주함에도 불구, 윤 회장은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 정도가 드물게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금융인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서울숲 전망'으로 유명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 입주했다. 공급면적 267㎡(약 80평)의 대형 주상복합으로, 입주 당시 30억원 안팎이었던 매매가는 현재 90억원(호가 기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김정태 회장은 2022년 퇴임하며 50억원의 특별 성과금까지 수령해 '재테크' 관점에서는 가장 성공한 금융인 경영자란 평가다.

      "은행원들은 금리를 중심으로 자산운용"...부동산에는 보수적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부동산 시세에 민감하게 연동된다. 국내 부동산 시세를 좌우하는 강남 부동산 시세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이들 최고경영자가 막상 본인은 이른바 '핵심지'에 아파트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의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17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약 2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급여 9억원에 상여를 포함해 총 18억원을 수령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5억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는 1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임직원이 가장 많은 KB금융그룹에서도 이른바 '강남 3구'등 요지에 자가를 보유한 사람은 두 명 뿐이라는 소문이 한동안 금융권에 돌기도 했다"며 "은행원은 직장인 중 고소득층에 속한다는 점에서 연봉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원적 사고'를 첫 손에 꼽는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원들은 기본적으로 '금리'를 바탕으로 자산 운용 계획을 짜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 특히 대체투자의 핵심인 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면이 있다"며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부동산 투기'를 막으라며 은행을 압박해 온 것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살이'로도 만족하던 이들이 최근 들어 매매를 진행하거나, 관심을 두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박탈감'을 꼽기도 한다. 최근 다시 규제가 강화됐지만, '토지 거래 허가제'가 잠시 해제됐을때 강남 3구 주요 핵심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급등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핵심지와 비핵심지의 가격 격차가 벌어지며, '이제는 사야할 때'라는 조바심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에서 양 회장의 강남 신축 아파트 구입이 소소하게 화제가 됐다"며 "밑바닥 은행원에서 시작해 성실함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들이 모두가 선망하는 '강남 신축'에서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게 일종의 박탈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