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 계획 등 요구해
금감원에서 내부통제 문제제기
금융위 개선책 요구하는 수준에서
조건부 승인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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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승인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에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승인 절차에 돌입한 것을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16일 “동양 ABL생명 자회사 편입 여부나 시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표면적 입장에 불과하다고 해석한다. 이미 금융위는 우리금융에 인수 후 통합(PMI) 계획과 내부통제 개선안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을 두고 형식적인 검토 과정을 밟고 있을 뿐,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인수 승인과 관련해서 언급할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부당대출 등 중대한 내부통제 실패로 인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 이는 보험사 인수 등 주요 경영 행위에 제약을 주는 요인이다. 내부통제 개선 약속을 '조건부 승인'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많다.
우리금융지주 자본확충을 조건으로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자본적정성 제고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승인 이후 '사후관리'를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승인 이후에도 RWA 관리 부담이 적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2.13%로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제일 낮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담 조직 신설이나 계획 수립 정도로 조건을 맞췄다는 식의 요식행위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면피성 조건부 승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이번 인수는 임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여겨진다. 취임 이후 ‘어닝쇼크’와 ‘부당대출’ 등 악재가 거듭된 가운데, 남은 임기(2026년 3월) 내에 포트폴리오 확대 성과를 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금융위가 조건부 승인을 할 경우 ‘자기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평가다.
동양·ABL생명의 실질적 대주주가 중국 안방보험 계열사라는 점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중국 정부가 해외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적 부담 해소를 명분 삼아 우리금융 부실 경영에 대해서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내부통제 문제를 공식 경고한 마당에, 금융위가 조건부라도 인수를 승인하면 금융당국간 엇박자가 나는 꼴이다”라며 “이런 결정이 반복되면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신뢰받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