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수조사는 국회의원 민원 처리
겉핥기 조사만으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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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 사태 이후, 사모펀드(PEF)를 향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당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주요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제출을 요구한 자료들 자체가 심도있는 논의를 위한 내용으로 보긴 어렵단 평가다.
PEF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산운용2국은 지난달 중순 상위 약 30곳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최근 홈플러스 사태까지 MBK로 인한 PEF 논란이 심화하면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에 감독 당국 차원에서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금감원 역시 "PEF와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발생했기 때문에, 추후 제도를 보완할 때 참고하기 위한 자료수집"이라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규제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그런데 개별 운용사들이 요구받은 자료엔 조직도, 정직원 수, 내부통제기준, 3명의 핵심인력 연락처, 레버리지 규모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상위 운용사들의 표면적인 현황 파악 수준인 전수조사란 평가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제까지 운용사들의 아주 기초적인 데이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해당 자료들만으로 규제 마련에 활용하겠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주요 운용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금융위는 '기업가치 제고와 제재 사례'란 제목의 공문을 각 운용사에 발송했고 최근 개별 운용사들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금융위가 각 운용사들에 요청한 자료에는 수익률이 양호한 투자기업(포트폴리오)과 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투자 기업을 명시하고, 또 각 운용사들이 해당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 기술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자료 요구는 금융위의 자체적인 제도 차원이 아닌, 현직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한 자료들 역시 운용사들의 실제 운용과 세밀한 전략을 파악하고 운용의 문제점을 캐내기 위한 것이라기 보긴 어렵단 지적이다.
국내 한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강제성이 없는 자료 요청이고 사실상 모 국회의원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운용사들 입장에선 굳이 세밀한 자료를 제출할 유인이 없었다"고 했다.
사실 MBK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PEF 규제 강화 움직임은 주요 운용사들에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PEF 운신의 폭이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 영역 역시 대폭 확대했다. 이에 대형사들은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준을 각자 마련해 실시하고 있는데 MBK 사태로 유탄을 맞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또는 불만이 감지되기도 했다.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원활한 투자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현황 조사와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같은 갑작스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있었다.
금융당국이 전수조사를 시작한 이후 운용사들 사이에선 "이왕 시작한거 제대로 조사해 억울한 운용사들이 없도록 대책마련을 하기 바란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렸다.
현재로선 금융당국의 PEF에 조사에 대한 의지가 모호할뿐더러, 현실적으론 제도 개선을 위한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사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정책적 주목도가 떨어졌단 점도 제도 개선이 요원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