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매각, 남겨진 최태원 회장 지분 30%의 향방은?
입력 2025.04.17 07:00
    경영권 지분 70.6% 매각 추진…최태원 회장 30% 제외
    공정위 사익편취 논란 영향…시일 두고 매각 가능성 제기
    SK그룹 계열사 재인수 등 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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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윤수민 기자)

      SK그룹이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을 검토 중인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30% 지분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를 위시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인수 가능성부터 SK그룹 계열사의 재매입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가 SK실트론의 경영권 지분 70.6%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그룹 측이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IMM PE 그리고 스틱인베스트먼트 4곳을 골라 접촉, 이들과 비밀유지협약(NDA)을 맺었다. 투자설명서(IM)가 작성 및 배포되면 각 펀드로부터 투자제안을 받는 형태로 거래가 짐행될 전망이다. 일부 사모펀드들간 합종연횡도 거론된다.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하는 그룹 내 알짜 계열사인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현재 5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SK그룹이 지난 2017년 1조원대에 인수했을 당시보다 약 5배 상승한 수치다. SK㈜ 측은 이번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특히 부채비율 감소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이번 매각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30%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소수지분은 경영권 지분과 함께 매각될 때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그 배경을 두고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재 SK실트론은 SK㈜ 51%와 증권사 3곳(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49% 지분으로 나뉘어 있다. SPC 보유 지분 중 29.4%는 최 회장의 몫이고 19.6%는 SK㈜ 소유다. 

      SK㈜와 최 회장은 실트론을 인수할 때 증권사들과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했다. 이 계약으로 증권사들은 SK㈜와 최 회장의 인수 자금을 대신 조달하고 수수료를 받는 반면, 지분 수익은 SK㈜와 최 회장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일종의 담보대출 형태로 볼 수 있다.

      TRS 계약은 2027년 만료 예정으로, 이때 세 증권사는 SK㈜로부터 1691억원, 최 회장으로부터 2536억원을 각각 회수하게 된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려면 증권사에 수천억원을 지급해야 해 매각이 쉽지 않을거란 의견이 나온다. 다만 명목상 주식 의결권은 SPC가 보유하고 있어 증권사가 SK실트론 인수 주체에 주식을 직접 매각한 후, 계약금을 제외한 차익을 최 회장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증권사와 맺은 TRS 계약은 SK실트론 지분 매각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이력이 이번 최 회장의 지분 매각 제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와의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익편취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5조원대로 평가받는 현 시점에서 매각할 경우, 최 회장은 조 단위의 매각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 SK그룹의 지원으로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지분 전체를 인수할 수 있었음에도 최 회장을 위해 70%만 인수하고, 최 회장의 30% 지분 인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이 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SK와 최 회장은 법적 대응에 나섰으며, 2심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공정위의 상고로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사익편취 논란이 일단락 된 후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수지분은 일반적으로 경영권 지분보다 가치가 낮지만, 사모펀드가 향후 완전한 지배력 확보를 위해 전체 지분 인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SK실트론의 실적이 개선되어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현재보다 높은 가격으로 최 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 회수 전략이나 SK그룹과의 관계 유지 측면에서도 SK㈜와 최 회장의 실트론 지분을 별개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실트론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향후 사모펀드의 투자회수 과정에서 외국계 기업에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반도체 산업 내 시너지를 고려할 때 유력한 인수 후보는 SK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 최 회장 지분까지 함께 매입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지주사 체제에서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현 시점에서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에서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받은 상황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