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쫓기는 키움, 신사업 확장 의지
내부적으로 상당히 공 들이고 있단 평
'17년처럼 초대형 IB 대거 지정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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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추가 지정을 공식화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을 위해 내부적으로 TF팀을 꾸리며 준비하고 있던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 모양새다.
특히 키움증권은 초대형 IB 지정이 더욱 절실할 것이란 평가다. 구체적으로는 초대형 IB 지정에 따른 발행어음 사업 영위가 중요하다. 리테일이 경쟁사들의 추격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IB 강화와 신사업 진출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사업 인가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으며, 엄주성 대표 역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3분기 중 종투사 추가 지정을 위한 신청저 접수에 나선다. 현재 종투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가 다르다. 3조원은 기업신용공여, 4조원은 발행어음, 8조원은 종합투자계좌(IMA)가 가능한데, 금융위는 이 중 4조원과 8조원의 종투사 신청서를 3분기 중 접수해 올해 안에 추가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IMA의 경우 신청 자격 조건을 갖춘 곳이 각각 자기자본 9조원대 규모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뿐이다. 반면 발행어음은 조건을 갖추고, 도전을 공식화한 곳들이 많다. 키움증권뿐만 아니라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 등으로 몸을 사리던 신한투자증권도 발행어음 사업 인가 도전 의사를 밝혔다.
최근 DCM과 ECM 등 전통 IB 강화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키움증권으로서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절실하다. 엄주성 대표는 연초 신년사를 통해 네 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는데, 이 중 하나가 발행어음과 퇴직연금 등 향후 먹거리 준비였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 TF팀은 자기자본투자(PI) 부서 산하에 있는데, PI 부문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엄 대표의 의중이 컸다는 평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유동성 확보가 용이할뿐만 아니라, 발행어음을 통해 기업금융과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어 IB 업무에도 유리한 측면이 많다.
다만 변수도 있다. 최근 금융위의 '증권업 기업금융 제고 방안'에 따라 향후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부동산 관련 운용 한도가 현행 30%에서 2027년 10%까지로 줄어든다. 현재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이 한도를 꽉 채워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제약이 될 것이란 평가다. 반면 모험자본 의무 투자 비중은 2026년 10%에서 2028년까지 25%로 늘어난다.
통상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부동산 PF 대출 등 직접 금융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신금리가 낮긴 하지만, 안정적으로 수신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문이 부동산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메자닌 투자와 중소기업 대출, 사모 대출 등 직접 금융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준비하는 증권사들이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운용 부문에 대한 제한이 커지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이 실보다 큰 까닭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 간 기업금융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며 "초대형 IB 신청 요건을 가진 증권사들은 이번 기회에 모두 인가를 받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된 이후, 8년이 지나도록 여섯 번째 초대형 IB가 탄생하지 않고 있다. 재무적인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나왔지만,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대주주 적격성 등 각종 논란으로 초대형 IB 인가는 후순위로 밀렸다.
올해는 금융위가 종투사 추가 지정을 공식화한 만큼, 증권사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는 삼성증권이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다. 일찌감치 초대형 IB로 지정된 삼성증권은 그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하지 못했는데, 최근 1·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됐다.
일각에선 지난 2017년과 마찬가지로, 당국이 신청한 증권사들을 모두 인가해주며 초대형 IB가 대거 지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 증권사만 인가해줄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탓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현재 종투사 추가 지정 의지가 커 보이는 만큼, 2017년과 마찬가지로 초대형 IB를 대거 지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며 "특히 키움증권이 3분기보다 더 이른 시점에 신청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거론될 만큼 사업 인가 의지가 큰데, 내부적으로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