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RWA 규제에 투자 여력 제약
최근 은행권 중심으로 RWA 완화 논의 본격화
수익성 높은 프리 IPO…리스크 부담에 확대엔 신중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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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주관 외에 자기자본투자(PI)로 추가 수익을 확보해왔던 증권사 상장관련 부서들이 최근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규제상 RWA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여서다.
다만 규제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최근 PI 확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1~2년새 심사가 강화되며 상장 자체 난이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증권사 상장관련 부서들은 보통 벤처기업에 PI를 단행하며 주관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VC)들과 비슷한 투자회수(Exit) 리스크에 노출돼있다는 평가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증권사들은 IPO 주관수수료 외에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직접 지분 투자에 힘을 실어왔다. IPO 수수료 수익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어서다. 공모 규모가 조(兆) 단위인 대형 딜의 평균 수수료율이 공모액의 1%로, 수수료만으로 IPO부서가 연 1000억 원이상의 수익을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PI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대표적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IPO 부서 수익의 절반 이상이 수수료 수익이 아닌 PI에서 발생한 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주관사로 참여하지 않은 타사 딜에도 프리 IPO로 참여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IPO 주관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투자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증권도 2021년 PI 전담 조직인 IPO솔루션팀을 신설하며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PI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투자증권처럼, PI 역량을 강화해 상위권 하우스로 도약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면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들도 PI 비중을 점차 늘려왔지만, 구조상 비은행 계열사보다 공격적인 투자는 쉽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규제 차이가 있던 까닭이다. 한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 관계자는 "지주 차원의 RWA 규제가 강화되면서, PI 운용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과 수익성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은행지주 산하 금융사들은 연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2~13% 이상 유지하라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받고 있다. 바젤Ⅲ 규제 도입 이후, 한국 금융당국은 은행지주 전체 단위에서 자본건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자기자본을 직접 투자하는 만큼 PI는 상대적으로 RWA 가중치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TF를 구성해 RWA 규제 완화 논의에 착수하면서, 은행지주 소속 증권사들의 PI 확대 가능성에도 기대가 모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중심으로 규제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는데, 지주사와 증권사들의 의견도 각각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을 고려하면 프리 IPO 투자가 항상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프리 IPO는 인수수수료에 비해 수익 변동성이 크고, 최근 공모가 하락세와 함께 7월 예정된 의무보유확약(락업) 강화까지 겹쳐 손익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WA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에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고, 아무래도 PI에도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며 "시장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프리 IPO가 효과적이지만, 시장상황이 나빠지면 딜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꽤 리스크 높은 투자 전략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