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검사 빈도만 높아지고 제재 처리는 지연"...감독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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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이달 말부터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2년 전 진행된 검사에 따른 제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검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검사는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후속 제재 절차는 지연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검사 그 자체가 제재인 상황이란 평가도 나오는 판국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28일부터 신한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다. 이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사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정기검사는 2023년 4월 이후 2년 만이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에서 신한지주와 은행의 부당대출 사고와 내부통제 전반, 지배구조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압구정 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2021년부터 3년간 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연초부터 대출 사고가 적발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권 부당대출이 연이어 발생하자 검사 시일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난 2023년 신한지주·은행을 대상으로 진행된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가 2년이 다되도록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3년 말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따른 제재 사전통지서까지 전달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검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말 신한지주와 은행에 제재 사전통지서까지 전달했으나 논의 등에 시일이 걸리면서 여지껏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제재는 확정짓지 않고 검사만 계속 늘리는 방식은 금융사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번 검사에서 대출 광고준수 의무위반이 적발됐다. 신한은행은 중도금대출 만기가 도래한 자사 고객에게 잔금대출 전환을 위한 대출상담사를 안내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상품광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출상품 광고를 하려면 준법감시인이 광고문안이 적정한지 판단하는 절차를 거쳐야한다. 신한은행이 이를 생략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과징금 부과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금소법에 따르면 위반행위와 관련해 얻은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감원은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수입이 대출액 기준인지 대출수수료 기준인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과징금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제재 절차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21년 라임자산운용 및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와는 별개로 다른 사모펀드 판매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제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헤리티지펀드, 피델리스펀드 등이 신한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으나, 이들 외에도 수 개의 사모펀드를 판매하면서 자본시장법 상 설명의무 등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신한지주·은행에 대한 새로운 종합검사가 시작되면서 관련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제재 후속 조치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검사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융사에 대한 검사 빈도는 대폭 증가했지만, 이에 따른 제재 처리는 지연되면서 금융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이 잇따르는 형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 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이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융사들의 불확실성만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 체제에선 검사 자체가 제재가 되버린 느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