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터넷은행’ 동력 약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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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신한금융은 제주은행 매각보다는 사업 전환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더존비즈온은 신규 인터넷은행 설립 대신 제주은행과 손잡으며 자금 부담과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번 증자가 제4 인터넷은행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60만 주(약 570억 원)를 전량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더존비즈온의 지분율은 14.99%가 되며, 신한금융지주의 지분율은 기존 75.31%에서 64.01%로 하락하게 된다. 발표 이후 제주은행 주가는 장중 2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양사의 핵심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 조직을 통해 2026년 초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ERP뱅킹은 전국 대상 온라인 사업으로, 기존 오프라인 채널과 함께 투트랙으로 영업하며 중소기업 특화은행으로서 지역사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증자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뤄졌다. 신한금융 입장에선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제주은행이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실제로 제주은행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될 만큼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상장사인 제주은행은 ‘작전 세력의 놀이터’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전환설이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행 법상 인터넷은행은 원칙적으로 대면 영업이 금지되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제주도 내에만 24개 지점과 5개 출장소를 둔 지역 기반 은행인 점에서, 인터넷은행 전환 시 제주도 지방정부 및 도민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더존비즈온이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사실상 인터넷은행 전환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ERP뱅킹’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ERP뱅킹은 기업용 통합관리 시스템인 ERP에 금융 기능을 접목한 임베디드 금융 형태로,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의 서류 없이 빠르게 기업금융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검토하던 더존비즈온이 자금 부담과 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제주은행의 2대 주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ERP뱅킹이 결국 온라인 기반 기업금융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국망 인터넷은행으로 전환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증자 전에도 양사는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신한은행은 2021년 더존비즈온과 중소기업 특화 금융 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며 723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더존비즈온 지분 9.99%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번 증자 참여도 이 같은 협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증자를 계기로 제4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은행마저 사실상 인터넷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제4 인터넷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에 접어들며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제주은행이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제4 인터넷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