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한화 '엔진' 시장에서도 수혜 기대
선박 개조도 수요 확대…HD마린솔루션 주목
조선기자재株, 증권가 '비중 확대' 의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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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세 도입이 가시화하며 조선업계가 호재를 맞았다. 친환경 선박 발주 사이클이 예정보다 빨라질 것으로 점쳐지며, 엔진 제조 기자재 업체들도 동반 수혜 업종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 대한 탄소세 부과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특별 회의에서 개정안이 채택되면, 2027년 3월부터 5000톤 이상 대형 선박을 대상으로 탄소세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028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 효율을 나타내는 선박연료강도(GFI) 수치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9년부터 선박에 등급을 부여해 톤당 100~380달러의 탄소세를 차등 부과할 전망이다.
기존 노후 선박의 친환경 개조 수요가 늘고, 새 선박을 발주하는 신조 사이클이 앞당겨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친환경·고효율 엔진 수요 또한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뿐만 아니라 조선 기자재, 애프터마켓(AM) 사업까지 대부분의 서플라이 체인이 수혜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는 친환경 엔진을 탑재한 선박 발주 증가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고, 엔진 업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LPG와 암모니아 탱크 점유율 세계 1위인 세진중공업 등 기자재 업체의 수혜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수혜를 볼 기자재 업종으로는 HD현대마린솔루션과 엔진기업인 HD현대마린엔진, 한화엔진이 꼽힌다.
HD현대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대형·중형·발전용 등 엔진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국산화율을 높였다. HD현대마린엔진은 원가 경쟁력과 기술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지난 15일에는 358억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지난해 매출의 11.3%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한화그룹도 발 빠르게 선박 엔진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HSD엔진 인수를 통해 ‘한화엔진’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에는 급증하는 DF 엔진 수요에 대응하고자 생산 설비에 802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선박 유지보수 및 개조 시장에서도 수혜를 볼 수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이 경우 HD현대마린솔루션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조선업계 연구원은 "탄소세 부과가 2029년부터 시행되니, 선박 운항을 맞추려면 2028년에는 배를 인도받아야 하는 셈"이라며 "그럼 적어도 올해와 내년 정도에는 발주가 나와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친환경 선박 수요가 당장 급해진 상황에서 조선소 도크는 한정돼 있으니, 단기적으로는 기존 선박 개조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선박 엔진 개조 사업을 하는 관련 기업이 반사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선박 개조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국내 조선업계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조 작업을 수행할 조선소가 국내에는 많지 않고, 신조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에서 개조 작업을 수행하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개조 전문 조선소는 중국,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지에 집중돼 있어, 국내 업체보다는 이들 지역 조선소들이 중심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향후 개조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라도, 실제 공정은 해외 조선소를 활용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기자재 업종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증권가는 '선박의 심장이 뛴다', '조선보다 더 뜨거운 엔진'과 같은 리포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기자재 종목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16일 기준 HD현대마린엔진의 종가는 3만3950원, 한화엔진은 2만4750원이었다. HD현대마린엔진은 5거래일 간 20%, 같은 기간 한화엔진의 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행된 선박 에너지효율지수(EEXI)나 탄소집약도지수(CII)같은 규제도 나름 강력했지만, 엔진 출력 제한 장치만 달면 되는 등 실질적인 비용을 발생시키는 규제는 없었다"며 "이번 IMO의 탄소세 조치는 전 세계 어느 해역을 항해하든 직접적 금전 부담이 발생하는 규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친환경 선박 발주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엔진만 교체하든 선박을 새로 발주하든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 등 관련 밸류체인에는 호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