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떠나는 롯데글로벌로지스, '구조적 딜레마' 속 상장 흥행은 여전히 '물음표'
입력 2025.04.21 15:07
    몸값 낮췄지만 FI 보전·구주매출 절반 딜에 시장은 신중
    업황 둔화·마진 열위…CJ대한통운 대비 투자 매력 낮단 평
    IPO 자금 활용도 성장보다 '분산'…신사업 계획 구체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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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본격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작업에 나섰다. 몸값을 낮추고 성장전략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업황 및 회사 자체의 구조적 이슈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보수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FI(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2900억원 규모의 차익 보전 계약, 낮아진 공모가 밴드와 성숙 산업군이라는 업황 한계까지 겹친 탓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배경 및 향후 투자 전략을 설명했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택배 산업 인프라 확충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고도화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총 공모주식수는 1494만 4322주(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 각 50%)에 공모 희망가는 1만1500~1만3500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대 5600억원 수준이다. 2017년 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투자(약 2860억원)했을 당시 시장에서 기대한 기업 밸류(약 1조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LLH는 이번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서 보유 지분 21.87%를 전량 구주매출로 매각한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당시 체결한 풋옵션 계약에 따라 공모가가 기준가(5만720원)를 하회할 경우 차익을 보전해야 한다. 공모가가 밴드 하단(1만1500원)에 결정될 경우 롯데그룹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2931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회사가 FI에 지급해야 하는 보전 자금을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다. 해당 재원은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조달하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FI 풋옵션 조항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직접적인 자금 흐름이 없고, 상장 무산 시 LLH 지분을 그룹 측이 인수하는 구조다.

      이날 회사는 실적 개선을 중심으로 '상장 흥행;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반전 시키고자 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해 수익성 개선 흐름을 보였다.

      다만 실현 시점이 불분명한 신사업 계획과 그룹 계열 매출 비중에 대한 의존도, 업황 자체의 정체성 등은 여전히 시장의 물음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또 공모자금 활용 부분 역시 차입금 상환(300억원), 물류 자동화 및 해외법인 운영비 등으로 분산되어 투입될 예정이라 직접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을 보수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업황이라는 지적이다. 일단 시장 내 경쟁이 만만치 않다. 업계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과의 마진 구조 격차가 뚜렷하고, 트럼프發 관세 이슈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 속 유가 하락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회사 자체의 수급 변수도 작지 않다. 같은 시기 삼성SDI(1.7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2.3조) 등 대형기업의 유상증자가 예정돼 있어 자금의 쏠림 현상도 상장 흥행에 있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피어그룹이자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보다 마진과 성장성이 열위에 있는 구조"라며 "물동량 회복세도 미미하고, 유가 하락 효과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행 여부와 관련해 FI 회수를 위한 IPO라는 일부 시장의 부정적 시각도 어느정도 원인이 되겠으나, 실적 반등에 대한 확신 부족과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의 부재가 흥행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