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수자산 성과 미달 부담으로
AI 관련 투자 더 늘어날 수도
투자와 재무개선 사이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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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7년 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한다. 그간 불확실했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에선 탄탄하게 성장하는 동안에도, 해외 시장에서 투자한 대규모 자산들은 수익성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불안정한 글로벌 투자 수익에 AI 투자도 신경써야 하는 이해진 의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후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해왔던 네이버는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사업 환경 변화 속에서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대표적인 부분이 국내 커머스 경쟁 구도다. 쿠팡의 지배적 입지 속에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내세우며 알리·테무 등 C커머스와 맞서 왔다. 하지만 최근 개편한 전용 앱은 아직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측면에서 14위에 머물며 의미 있는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2위 자리를 두고 C커머스와 이어지는 경쟁도 점점 소모전 양상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실적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인수합병(M&A)과 해외 사업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 2020년 말 출시했던 중고거래 플랫폼 '빈티지시티'는 결국 지난해 사업이 종료됐다. 500곳 이상의 현지 스토어가 입점했고 출시 1년간엔 성장세를 보였으나 수익성 문제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저변 확대는 물론, 일본 회사와의 파트너십 구축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강화하겠다며 2023년 약 16억달러(한화 약 2조원) 규모의 인수를 단행한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역시 당초 기대에 비해 부진하다. 인수 직후 구조조정을 통해 에비타(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인수 금액과 비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앞서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당시 조달했던 약 8억달러 규모의 인수금융 부채를 1년이 채 되기전에 전액 상환했다. 외화표시 부채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금리 및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보수적인 재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서는 네이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적 반등이 당분간 어렵다고 판단, 투자 대비 리스크를 조기에 정리하려는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포시마크 인수를 주도했던 김남선 전 CFO는 올해 3월 기존 직책에서 물러나 포시마크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결자해지' 차원의 인사라는 시각이 있다. 최수연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여겨졌던 김 전 CFO가 직접 현지에서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한편, 고가 인수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을 주도해온 김남선 CFO가 미국 현지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며 "표면상 포쉬마크 운영을 전담하는 구조이지만, 내부적으로도 해당 인수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실패의 반사효과는 다른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을 단행한 네이버웹툰은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 중이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기대를 걸었던 리셀 플랫폼 '크림' 역시 해외 확장세가 제한적이다. JP모건 출신 김영기 CFO를 영입하며 밸류에이션 제고 및 기업공개(IPO)를 준비했지만,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 속도가 더디고 시장 평가도 아직은 제한적이다.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약 3200억원 결손 상태로, 자본잠식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현 시점에서 네이버의 시급한 과제는 흩어져 있는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의 실적 재정비라는 평가가 많다. 대형 인수를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체질 개선과 현금흐름 회복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해진 GIO의 복귀가 네이버의 AI 중심 전략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네이버는 AI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지만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산 '가성비' 생성 AI 서비스들의 등장으로 네이버의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 전략인 '소버린 AI'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뚜렷한 성과없이 AI 투자를 늘리기만 할 경우 한동안 잘 관리되던 네이버의 재무상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