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싸게 사지만…기본자본 킥스비율 도입에 '유증' 부담 커질 듯
입력 2025.04.22 07:00
    당국, 연내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 예정
    ABL·동양생명 기본자본 킥스비율, 평균 밑돌아
    인수 이후 합병하더라도 각사 유증 필요할 수도
    '싸게 샀는데' 유증 규모 따라 '강점' 희석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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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보험사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우리금융이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저렴하게 인수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인수 이후에도 적잖은 유상증자를 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내로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인수 안건을 결론지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금융이 당국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지만,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정례회의 전에 열리는 안건심사 소위원회에서 내부통제와 자본비율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이와 관련해 보험사 인수 뒤 유상증자 등 지주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경우를 가정해 건전성에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현재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지급여력(K-ICS)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 킥스비율은 153.68%, 동양생명은 155.7%다. 이에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선제적 자본 조달에 나섰다.

      특히 금융당국이 상반기 내로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주 차원의 유상증자 가능성도 논의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킥스비율에 포함됐던 보완자본은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제고할 수 있지만 기본자본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이익잉여금을 쌓아야만 늘릴 수 있다.

      기본자본 킥스비율 도입 시 우리금융이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 이후 유상증자를 통한 계열사 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경과조치 미적용)은 각각 83.7%, 79.8%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비율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평균(119.1%)을 훨씬 밑도는 점을 고려하면 지주 지원을 통해 기본자본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앞서 신한 및 KB금융 사례처럼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 이후 두 보험사를 합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또한 앞서 금융당국에 합병시점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한 뒤 합병하기까지 약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신한금융 보험사 합병에는 1년6개월, KB금융은 약 2년이 소요됐다. 업계는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금융 성대규 인수단장이 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합병을 주도했던 인물인 만큼 합병까지 시일이 더욱 짧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평균 대비 높고, 금리인하기로 킥스 하락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 합병 전까지도 추가적인 지주 차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낮은 가격에 패키지로 사들이면서 유상증자와 관련한 여력은 충분하단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기본자본 킥스비율 도입 등으로 대규모 계열사 지원을 단행하게 되면 유증 규모에 따라 '저가 매수'로 인한 장점 또한 상당부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도입되면 대주주로부터의 유상증자가 가장 좋은 방안일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사를 인수하게 되면 우리금융에게도 부담은 될 것"이라며 "기본자본 킥스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지원 규모 등에서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