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본사 임대차 만기 후 이전 가능성에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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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오피스 '대어(大魚)'로 주목받는 시그니쳐 타워의 매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주요 임차인인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사옥 이전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금호석화그룹의 향후 결정에 따라 시그니쳐타워에 대규모 공실이 생길 수 있어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호석화그룹이 이를 기존 임대인과의 임대료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그니쳐타워의 주요 임차인인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도심업무지구(CBD)에 위치한 여러 신축 프라임 오피스의 입지와 비용, 시설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호석유화학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G1서울(공평 15·16지구)'에 임대차 관련 LOI(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CBD에 다수의 오피스 공급이 예상되면서 유리한 임대조건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화그룹의 시그니쳐타워 임대차 계약은 2028년 만료 예정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현재 사옥 이전은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시장 환경과 조건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2028년 임대차 만기 시점에 계약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시그니쳐타워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임차인 이슈가 잠재 변수로 부상한 까닭이다.
금호석화그룹은 시그니쳐타워 임대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업계는 이들의 이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시그니쳐타워에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개발상사, 금호항만운영 등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2012년 당시 동관 7개층을 계약했으며, 이후 사용 층수가 일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CBD 임대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 안정적 임차인 확보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2028년까지 CBD에 전례 없는 규모의 오피스 공급이 예정되면서 공실 발생 시 대체 임차인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향후 3년간 도심업무지구에는 무려 163만4413㎡(48만6186평)의 오피스가 새롭게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축구장 약 220개에 맞먹는 방대한 규모다.
이에 시그니쳐타워 인수전에서 임대차 이슈가 잠재 위험요소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이지스운용은 최근 시그니쳐타워의 매각 주관사로 컬리어스코리아를 선정하고 매각을 본격화했다. 지난 2017년 신한자산운용(옛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으로부터 이 자산을 7200억원에 인수한 지 약 8년 만이다. 이번 매각가로 1조원대 초중반이 예상되면서, 이지스운용의 투자수익 실현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임차인 구성은 프라임 오피스 투자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소규모 공실이라면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대규모 면적이 비게 된다면 이는 중대한 투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호석화그룹이 시그니쳐타워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금호석화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을지로 신축 오피스의 임대료가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그니쳐타워의 월 실질 임대료(NOC)는 평당 30만원 중반대인 반면, G1서울의 NOC는 평당 40만원 이상이다. 만약 1만평을 사용한다면, 월 임대료 부담이 수천만원씩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금호석화그룹이 시그니쳐타워에 잔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행보는 임대인과의 임대료 협상에서 유리한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그니쳐타워는 서울 핵심 업무지역인 도심권역(CBD)에 위치한 연면적 9만9991㎡(약 3만200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 5층~지상 17층, 2개 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서울 중구 청계천로 100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금호석화그룹이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