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안진은 구조조정·ODD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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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이 딜(Deal) 부문의 수익성 정체를 넘어서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딜 부문의 핵심이었던 회계 실사(FDD)만으로는 성장을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자문(Advisory)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구조조정, 운영실사(ODD)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법인별 전략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매출·이익 성과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24 회계연도 결산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3월 말 결산 법인인 삼정KPMG는 딜 부문에서 전년 대비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 면에서도 소수정예 인력을 중심으로 한 고수익 자문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수익성 개선이 동반된 것으로 전해졌다. 딜로이트안진은 5월, 삼일PwC와 EY한영는 6월 결산을 앞두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정은 전통적인 실사 중심 딜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문 비중을 높이며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며 “자문 영역은 스타플레이어 중심의 레버리지 구조여서, 고수익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삼일도 자문 비중을 확대하며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일은 외국계 IB 출신 인재를 적극 영입하며 기업금융 자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씨티 출신 한인섭 상무가 최근 합류해 대기업 대상 M&A 및 구조조정 자문을 총괄하고 있다.
빅4 회계법인의 전략 변화는 M&A 리그테이블 순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M&A 재무자문 리그테이블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일과 삼정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UBS와 모건스탠리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 추세가 유지돼 삼정과 삼일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국내 M&A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두 회계법인이 외국계 IB의 시장 점유율을 일부 흡수하면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반면 안진과 한영은 상대적으로 자문 부문 확장 속도가 느리다. 올해 1분기 리그테이블 순위에서도 한영은 9위, 안진은 11위에 그쳤다. 여전히 회계 실사 중심의 딜 수임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회계 실사는 투입 인원 대비 수익성이 낮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수료 단가가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여기에 대선 정국 돌입 이후 M&A 거래 무산 사례가 늘어나면서, 딜 진행 여부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구조상 실사 중심 법인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안진과 한영은 각각 구조조정과 ODD(Operational Due Diligence) 부문을 신성장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안진은 올해 국내 구조조정 수요 확대에 대비해 전담 인력을 충원했으며, 한영은 비재무적 요소를 검토하는 ODD 서비스를 강화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딜 부문을 실사에서 자문 중심으로 전환한 곳과, 여전히 FDD에 집중하는 곳의 실적·수익성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며 “빅4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