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여전…자금 회수 난항
신규 수주도 부실 정리도 어려워
대선 후보자 부동산 정책 고민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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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부실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러우며,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는 추가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조달도, 완공 후 투자금 회수도, 부실 사업장 정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사의 유동성 부족 현상은 진행형이다. 아직도 기존 사업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다. 완공 후에도 미분양이 이어져 공사비를 못 받는 건설사가 많다.
특히 2022년 이후 지방 소재 건설사 중심으로 부실 사례가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분양률 70% 미만 사업장 매출채권 규모는 2조7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 중 지방 지역 매출채권 비중이 73.6%다. 주요 건설사의 올해 분양 예정 물량 중 지방 비중은 48.9%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은 수도권 일부 사업장 외에는 다수가 완공 후에도 분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사미수금이 쌓이고 있다"며 "서울 일부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이 집중될 것이며 이러한 사업장에 시공할 수 있는 건설사는 한정적이기에 건설사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건설업에 대한 신용도가 깎이며 건설사는 순위를 막론하고 점차 한계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PF 시장에서 자금 흐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사는 인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인허가를 받더라도 초기 단계의 사업장에 브릿지론 투자를 꺼리는 추세다. 금융사는 몇 년 전부터 사업을 준비해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장 위주로 본PF로 조달을 원한다. 이렇다 보니 소수 사업장에 다수 금융사가 투자하려 몰려드는 현상도 발생한다. 건설사와 시행사가 신규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지고 주택시장 공급 절벽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책적으로도 추후 PF 자금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가 4월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금융위는 증권업계의 단기 수익을 추구한 부동산 쏠림과 리스크 관리의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순자본비율(NCR)에 실질 리스크를 반영하고,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 규제를 확대한 부동산 총 익스포저 한도규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상세내용은 6월 발표한다.
부실사업장 정리도 더뎌 시장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의 부실 PF 털어내기 작업 자체가 늦게 시작됐다. 특히 정부가 작년 4월 총선 전까지라도 PF 리스크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들이 부동산 정상화 작업의 적기를 놓치게 했다는 평가다. 앞으로는 조 단위 정책자금 지원 등 정책을 내고 뒤로는 신용평가사에 총선 전 PF 관련 리포트 발간을 미뤄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사가 PF 시장에 투자할 여력은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기존 부실 투자 건을 털어내야 한다. 이러면 손실은 볼지언정 새출발을 할 수 있다. 경공매 과정을 거치며 기존 가격보다 싸게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덤이다.
정부의 PF 사업성 전수 조사 결과는 작년 12월에야 나왔다. 금융사들이 연초부터 바로 부실 PF 정리 작업을 시작했더라도 경공매 절차상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또 부실 PF 사업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로 거래가 미흡하다.
일부 금융사는 여전히 PF 사업장 정리를 미루고 있다. 사업성이 좋은 수도권 사업장 일부만 정리하고, 문제가 되는 사업장은 손대지 않는 식이다. 당분간은 신규 PF 자금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부동산 공약 방향을 손보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부동산 불황의 큰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거란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정당이 부동산 이슈를 심각히 바라보는 점은 긍정적이나, '꼬일 대로 꼬여' 손쓰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근시안적인 '오락가락' 규제가 오랜 기간 이어져 손 볼 곳도 많다. 최근만 해도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하자 재지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 분양가 인하 유도 정책 등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고강도 과세 등 부동산 시장을 규제했던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접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 및 부동산 업황을 감안하면 '엉킨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규제를 풀더라도 기회는 대형 건설사가 대부분 가져갈 것"이라며 "국내에서 각 이해당사자가 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물 경기라도 좋아질 수 있게 트럼프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