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이동 잘못하면 연봉이 뚝"…롯데의 직무급제 도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5.04.23 15:00
    취재노트
    직무급제와 유사한 직무기반 HR제도 도입 추진
    바이오·이노베이트 등 3곳은 이미 도입중
    연내 2~3곳 추가해 최대 30개 계열사 확대 전망
    중요도 분류 과정서 노조 합의 난항도 예상
    조직구성 및 인력 재배치에 '경직' 부작용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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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이 직무에 기반한 직무에 기반한 인사(HR)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임직원이 맡고 있는 직무를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임금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제'와 유사한 형태가 유력하다. 우리나라 그룹사 중 최초의 시도이다.

      해당 인사 제도 개편은 이미 2~3년부터 헤드쿼터 차원에서 검토해 왔지만 현재 그룹 내에선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 3곳 만이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전 계열사로의 확장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백화점과 롯데웰푸드를 비롯해 중장기적으로 30여곳의 계열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사실 바이오와 IT에 사업 기반을 둔 바이오로직스와 이노베이트의 경우 직무기반 HR제도 도입이 수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의 영입이 필연적이고 또 영입 과정에서 책정되는 개별 연봉 체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력 대부분이 사무직에 종사하는 종합 광고대행사 대홍기획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임직원이 맡고 있는 직무를 세부적으로 나누고, 개별 직무에 대한 중요도를 1~5등급으로 분류하는 것은 직무기반 HR제도 도입을 위한 기초작업이다. 이 과정에서부터 생산직 또는 사무직 임직원들의 격차가 발생하고, 사무직 중에서도 직무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노동조합에 가입된 직원들의 연봉이 가입되지 않은 임원들보다 낮다는 현실을 대입하면 노조와의 협상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일단 롯데그룹은 현재의 연봉을 유지한 상태에서 중요도가 높은 직무에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당장 맞딱뜨릴 수 있는 내부 반발을 잠재울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유지가 가능할진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평가다. 

      기업이 외부 변수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선 인력과 조직을 적시적소에 배치하고, 수시로 다시 배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현행 체제 내에선 직원들이 조직 이동으로 인해 급여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직무 기반 HR제도가 도입하면 인사 이동으로 인해 연간 급여의 격차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상위 직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아니라 급여를 삭감해야하는 상황에선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인사 발령과 조직 이동이 급여와 직결되는 순간부턴, 인사 평가와 재배치에 대해 수치화한 근거가 뒷받침해야 한다. 부서 이동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급여가 깎이는 직원들이 발생한다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할 수 있단 지적도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사 제도 개편으로 인해 조직의 경직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회사가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일부 인력을 중요도가 낮은 '한직(閑職)'으로 발령을 내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직무급제는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도입한 제도이다. 지역별로 급여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일부 실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시도 역시 해당 제도가 정착한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했을 수 있다.

      롯데그룹은 유사한 규모의 그룹사들과 비교해 인당 연봉이 높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롯데그룹이 실력있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어려운 한계점으로 꼽힌다.

      생산성을 높여 그룹의 위기를 타개하겠단 취지로 시작한 인사 제도 개편이 내부 인력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새로운 인사들의 영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 않기 위해선 세밀한 계획 수립은 물론 임직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뒷받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