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조정에도 HBM3E 12단 덕에 마진율 42% 기록
美 관세, 수출통제 우려 크지만…"당장 계산 어렵다"
하반기 재고 우려엔 선 그어…수익성 중심 경영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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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공식적으로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고부가가치 D램 시장을 선점한 덕이다. 업계 전반이 시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40%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당분간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주도권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과 대중(對中) 수출통제 영향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인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24일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1분기 매출액이 17조6391억원, 영업이익이 7조4405억원으로 집게됐다고 발표했다. 각각 지난 4분기보다 10% 안팎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률은 42%를 기록하며 개선됐다.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조7700억원으로 EBITDA 마진율은 61%를 기록했다. 시장 조정기에도 AI로 인한 D램 사업의 구조적 수익 개선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 D램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해 1등 지위를 확보했다. 수익성은 물론 전체 매출액에서도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2위 삼성전자(34%)를 2%포인트 앞질렀다.
HBM3E 12단 제품의 본격적인 출하 효과가 D램 시장 지위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2분기부터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12단 제품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2025년 상반기 중에는 HBM4의 내년 고객사 공급 물량도 확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 및 선제적 양산 대응 역량을 기반으로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실적 발표회에선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및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변화를 묻는 투자가들이 많았으나 회사는 구체적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연말 감사보고서 기준 미국 법인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에 달하지만, 실제 선적은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이 많아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라며 "그러나 복잡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특성상 명확한 영향을 산출하려면 관세 기준과 방법 등 정책 세부사항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정확한 영향을 산출하는 데 제약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세가 부과되기 전 고객사의 선구매 및 재고 축적 움직임에 따른 하반기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현물가격 반등세가 확인됐는데, 고객사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고를 축적하는 상황일 경우 하반기 업황이 재차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는 선구매 수요가 일부 클라이언트 제품에 국한됐고 전체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과거 팬데믹 시기의 과잉재고 사태와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1분기 낸드는 출하량이 줄면서 평균판매단가(ASP)도 20% 수준 하락했지만 하반기까지 시황 개선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급사 전반이 투자를 줄이고 감산을 유지하면서 공급 축소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엔터프라이즈SSD 수요를 중심으로 고용량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 중심 경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작년에 비해 설비투자(CAPEX)를 소폭 확대하는 방향은 유지하되 수익성 중심 투자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 1기 팹(Fab)은 2분기 준공을 앞둔 상태고 고성능 D램 전용 팹 M15X는 4분기 가동에 들어간다. 회사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화이나 기존 팹의 제품 믹스를 최적화하고 저수익 제품 관련 자원 재배분으로 투자 효율성을 강화하면서 지속해서 차입금을 줄이고 현금 보유량을 늘려 재무건전성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