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관세 정책에 실물 경기 부진 우려
공사비·금융비용 낮아질 기미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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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을 회복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정책과 현업의 괴리, 금융사와 건설사·시행사의 입장 차이 등으로 신규 PF 투자도 부실 PF 정리도 원활하지 않다. 이젠 전 세계를 휘어잡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마저 걱정거리다. 관세 정책으로 실물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시장 회복은 더 힘들어진다.
부동산 사업성을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공사비, 금융비용, 분양가 등이 꼽힌다.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공사비 하락, 금융비용 하락, 분양가 상승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지표에서도 긍정적 신호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사비 인상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어 건설사들이 원가를 절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의 평균 원가율은 93.2%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각각 105.35%, 100.66%를 기록해 매출보다 공사에 들인 돈이 더 많았다. 건설업계에서 판단하는 매출 원가율의 적정 수준은 80%대다.
정부는 공사비를 안정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민간사업이나 민관 합동 공사 비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공사비 현실화 방안'을 내놨다. 3월에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안도 행정 예고해 공사기간 연장사유가 늘어나고 물가변동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자재 가격기준이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한 공사비가 쉽사리 잡히기 어려워 보인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며 비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건설용 수입 원자재 및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며 공사비를 밀어 올리고 있다.
금융비용은 당분간 낮아질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고 있으며,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에 관한 기대감은 낮아졌다.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16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인플레이션 상승, 성장 둔화 등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다. 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7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75%로 유지하기로 했다. 환율 변동성에 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크며 미국과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환시장 자본 유출 우려도 있어서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 내수 경기 위축, 트럼프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등의 이유로 5월에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국내 부동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양가가 올라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실물 경기가 살아나고 부동산 수요가 늘어야 분양가도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크며,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실물 경기는 추가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PF 시장 역시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승이 가시화한 후에야 PF 자금이 원활히 순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을 봐도 정책과 제도를 봐도 부동산 시장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국내에서 각 이해당사자가 손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물 경기라도 좋아질 수 있게 트럼프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