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보장 보험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 등 두 방안 저울질
보험·소송 모두 KKR 사전 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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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비트 자회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침출수(오염물질)가 발견되면서 인수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매도자인 KKR이 해당 사실에 대해 사전에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사안의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IMM 컨소시엄(IMM PE·IMM인베)은 인수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을 통해 자회사 에코비트그린청주의 침출수 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IMM 컨소시엄이 에코비트 인수 직후 실시한 정밀 실사 과정에서 침출수 수위가 법정 기준인 5m를 초과한 사실을 발견한 데 따른 것이다. IMM 컨소시엄은 이 사실을 즉시 청주시에 자진신고했으며, 그 결과 지난 2월 1개월간의 영업정지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환경 정화 비용으로 수백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 직후 IMM 컨소시엄이 위법 사항을 발견한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이번 침출수 문제가 매도자 측의 과실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IMM 컨소시엄은 에코비트 침출수 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법적 대응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검토 중인 첫 번째 방안은 이미 지출된 비용을 진술보장(R&W) 보험사에 청구하는 것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은 철저한 실사 과정을 거치지만, 모든 위험 요소를 완벽히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잠재적 위험을 진술보장 항목에 명시하고, 위반 사항 발생 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 절차다. IMM 컨소시엄은 미국 보험사 리버티뮤추얼과 2000억원 한도의 보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핵심 쟁점은 KKR이 해당 문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다. 업계 전문가들은 매도자가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의로 은폐한 경우에는 보험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번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진술보장 항목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IMM 컨소시엄은 두 번째 방안으로 가압류와 손해배상 소송 등 강경한 법적 조치를 고려 중이다. 이는 보험금 청구가 거절될 경우, 일부라도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IMM 컨소시엄이 KKR 계좌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진행한다면, 이는 합의금 협상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압류 조치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결국 정식 손해배상 소송으로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장기적인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측이 법정에서 맞붙게 된다면, 침출수 문제를 사전 실사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한 책임 소재를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형 M&A 거래에서는 현장 실사 일부를 생략하거나 주요 사업장만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일이 빈번하다. 추후 발견된 잠재 부실에 대해 인수자가 이를 감수하고 거래를 마무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매도자가 고의적으로 은폐했거나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합의하에 실사를 부분적으로 생략하고 이후 책임을 매수자가 떠안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매도자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인지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사 과정 일부가 생략되었더라도 IMM 컨소시엄이 매도자 측에 책임을 물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에코비트는 20여 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모든 사업장을 세밀하게 실사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인수자 측에서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침출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천공 작업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매수자는 불가피하게 매도자의 "문제없음"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IMM 컨소시엄은 침출수 문제의 발생 시점과 지속 기간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과거 KKR이 에코비트를 경영하던 시기에 이미 문제가 존재했다면 KKR에 책임이 있다는 시각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KKR 측은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해당 이슈를 감췄다가 추후 드러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고려하면 고의로 은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맞선다. 일각에서는 에코비트 측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KKR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항변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용 보전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이 IMM 컨소시엄과 KKR 간 감정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가 비용을 모두 보전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 양측 간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