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지주, 'ELS 악몽' 털고 왕좌 지켰지만…충당금 탓 '리딩뱅크'는 신한銀 품으로
입력 2025.04.25 17:01
    KB금융, 신한과 2500억 차이 벌리며 리딩금융 차지
    홍콩 ELS 기저효과로 영업외이익 큰 폭 증가했지만
    신한은행에 1000억 차이로 '리딩뱅크' 자리 내줘
    홈플러스·해외부동산 보수적 충당금 적립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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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그룹이 올 1분기 순이익 기준 업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은행 1위 자리인 '리딩뱅크'는 국민은행이 아닌 신한은행의 품에 돌아갔다. 홍콩H지수 ELS 충당금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영업외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홈플러스 및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한 탓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총 4조88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291억원 대비 15.6%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은 지난 1분기 전년동기대비 62.9% 증가한 1조697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대비 12.6% 증가한 1조4483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과 2490억원의 순익 차이를 벌렸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 순이익은 1조127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1% 증가했고, 우리금융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3% 줄어든 615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명예퇴직 비용 및 증권사 출범 등 일회성 요인과 디지털 및 IT 등 미래성장 투자 확대로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부채 기저효과가 소멸되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굳혔다. 실제 지난 1분기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3.5%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리딩뱅크는 국민은행이 아닌 신한은행의 손에 돌아갔다.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 1조128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1조264억원의 순익을 거둔 국민은행과 1017억원의 차이를 벌리며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에서 모두 신한은행을 제쳤지만, 신한은행보다 1800억원 더 많은 충당금을 전입하면서 1위를 내줬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 2860억원, 신한은행은 1093억원의 충당금을 전입했다.

      국민은행이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 전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한 데다가, 부동산 자산 등에서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홈플러스 직접대출은 국민은행 547억원, 신한은행 289억원, 우리은행 270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전년동기대비 17.8% 늘어난 9929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우리은행은 전년동기대비 19.8% 줄어든 63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1분기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일제히 상승하면서 우리금융을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들이 13%대를 유지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RWA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성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영향이다.

      KB금융 CET1비율은 13.67%로 전분기대비 14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신한금융은 13.27%로 16bp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12.42%로 전분기대비 29bp 올랐고, 하나금융은 13.23%로 전분기대비 1bp 상승하며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지난 1분기 시중은행들의 원화대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 미만에 그쳤다. 통상 은행들이 상반기에 대출성장에 속도를 내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국민은행 대출성장률은 0.9%, 신한은행은 0.4%, 하나은행은 0.5% 등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대출잔액은 전분기대비 0.9% 감소하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줄어들었다. 그룹 CET1비율이 12%대로 타 금융지주 대비 낮은 데다가, 보험사 인수 승인을 앞두고 자본비율 관리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RWA 관리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