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이탈·신규모집 중단·유심교체 등 복합 부담
"최악 2400만명 가정해 계획"…과징금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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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유심 해킹 사고의 여파로 인한 가입자 이탈, 신규모집 중단, 유심 교체 비용, 과징금 가능성 등 재무적 불확실성이 투자자 우려로 부각되고 있다. 실적 자체도 매출이 감소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경영진이 언급한 '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얼마나 실질적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지에 시선이 쏠린다.
SK텔레콤은 12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과기정통부 행정지도에 따른 신규영업 조치는 유심 수급 불안정이 원인"이라면서도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월 중순 이후 교체 수요가 원활히 처리될 것이라 보고 있으며, 정부와 논의해 자율공시를 통해 재개 일정을 알릴 계획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행정지도에 따라 5월 5일부터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모집을 전면 중단했다.
핵심은 이러한 대응에 얼마나 많은 직접비용이 수반되는지, 그리고 매출 손실이 어느 정도까지 반영될지 여부다. 이날 실적설명회에서도 복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명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회사측은 "유심 교체 관련해선 전 고객 2400만명이 모두 교체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 하에 재무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신규모집 중단과 번호이동 증가도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고객정보유출 관련 과징금 역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고객 보호에 리소스를 적극 투입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기업가치 회복과 손실 최소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의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조4537억원, 영업이익은 5674억원이다. 순이익은 36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3.8% 증가했지만, 매출은 0.5%, 순이익은 0.1%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 증가는 AI 데이터센터 및 AIX 등 AI 사업 부문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며, 매출 감소는 지난해 일부 자회사 매각 영향과 유무선 통신 사업의 성장 정체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I DC(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1.1% 성장한 1020억원을 기록했고, AIX 부문도 27.2% 성장했다. 다만 이들 신규 사업의 매출 비중은 총합 약 3% 수준으로, 아직은 실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유심 해킹 사고가 겹치면서 '집토끼'인 무선통신 매출의 감소세도 불안감을 더했다. SK텔레콤은 측도 사고 이후 번호이동 건수가 평상시보다 많이 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유심 교체와 보호서비스 신청 고객이 몰리며 불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타사 이동 수가 증가했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일정 수준의 비용 소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비용 증가가 주주환원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재무적 영향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안정적인 배당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