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너무 고평가"…LP 반응은 '미지근'
금융사와 논의 무산시 자체 자금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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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동시에 인수하며 조 단위 에쿼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수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하지만, 여전히 8000억~9000억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에쿼티) 부담을 감당해야 해 공동투자자(Co-investor) 유치에 나섰다.
다만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로 기존 출자자(LP)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셀다운(Sell-down, 인수 후 지분 일부 재매각) 전략이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인수와 관련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확보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1조1000억원가량을 에쿼티와 메자닌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SK렌터카 지분 100%는 약 8200억원에 인수 완료했고, 롯데렌탈 지분 56.2%는 약 1조5729억원에 대한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 대금은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약 1000억~2000억원 규모는 크레딧 펀드를 통해 메자닌 투자로 충당할 예정이며, 나머지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에쿼티는 어피너티의 6호 블라인드펀드를 중심으로 집행 중이다.
하지만 이 에쿼티 규모는 과거 펀드 투자 대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예컨대 락앤락(6293억원), 잡코리아(9000억원) 등의 인수 당시에는 전체 금액의 절반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해 에쿼티 투입이 3000억~4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번처럼 두 건의 대형 딜을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펀드 내부에서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보통 이처럼 대규모 에쿼티가 필요한 딜에서는 LP들이 공동투자자로 나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특히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한 LP들은 자금 집행이 빠르게 이뤄지는 고성장 딜에 코인베(Co-invest)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딜은 시장의 반응이 다르다. 특히 롯데렌탈의 인수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 롯데렌탈의 목표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1.0배 수준으로 분석되는데, 이번 매각 가격은 PBR 2배 수준으로 형성되며 프리미엄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 상장 렌터카 업체인 허츠(Hertz), 에이비스(Avis) 대비해서도 상대적으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는 펀드의 자금 집행 속도뿐 아니라 추후 펀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동투자를 검토하던 LP들 중 다수가 ‘가격이 부담된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번 딜이 펀드의 IR(투자자 설명) 과정에서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한국 LP들은 어피너티와 접점이 없었던 데다 렌터카를 비싸게 샀다는 인식이 강해 투자를 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사들이 렌터카 출자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렌터카 사업이 리스·할부금융 등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캐피탈 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일부 금융지주 내 계열사나 PE부문이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렌터카 사업은 금융과 유사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여러 금융사들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피너티 측은 이에 대해 “아직 롯데렌탈 인수는 거래 종결 전 단계이며, 내부 원칙상 구체적인 딜 관련 언급은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