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證서 '스터디' 마친 금감원, 캡티브 영업 칼날 향할 곳은?
입력 2025.05.26 07:00
    삼성·미래證서 회사채 프로세스 '스터디' 평
    결국 칼날은 업계 강자 NH·KB證에 향할 듯
    다만 계열사 '압박' 여부 입증 쉽지 않을 듯
    내달 만료 앞둔 이복현 원장 임기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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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회사채 수요예측 관행 관련 현장검사 대상 증권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했고, 조만간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인력을 파견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첫 주자였던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조사는 사실상 '스터디' 차원의 목적이 컸다는 평가다. 회사채 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확인을 마친 금융당국은 검사의 본 목적인 캡티브 영업(주관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수임을 따내는 방식)을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국의 조사 칼날은 회사채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회사채 관행 수요예측 현장검사 대상을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으로 확대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에 이은 후속 검사다. 지난달 금감원은 두 증권사를 대상으로 약 3주 간에 걸쳐 첫 현장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금감원의 첫 현장검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타깃'이 된 두 증권사들과 관련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이들 증권사는 규모 자체로는 초대형사로 분류되지만,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존재감이 큰 증권사들은 아니다. 1분기 DCM 전체 주관 실적 기준 삼성증권은 6위, 미래에셋증권은 8위를 기록했다. 

      각각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라는 대형 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평소 캡티브 영업도 적극적인 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서 사실상 회사채 발행 시장 전반에 대한 '스터디'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불건전 영업 관행이나 규정을 어긴 것이 없는지에 대한 검사도 진행했지만, 그보다는 향후 캡티브 영업 검사를 본격화하기 위해 시장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의 목적이 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약 3주간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서 많이 공부를 하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아무래도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보니, 회사채 주관사 선정부터 기관 세일즈, 수요예측 등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많이 물어봤을 것"라고 말했다.

      스터디를 마친 금감원은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설 예정이며, 현재는 현장검사 전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증권사는 1분기 DCM 전체 주관 실적 기준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한, 회사채 시장에서 존재감이 큰 주관사들이다.

      다만 이들 증권사도 금감원 캡티브 영업 검사의 궁극적인 타깃은 아닐 것이란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공격적인 세일즈를 기반으로 기업금융(IB) 부분의 존재감이 크긴 하지만, 동원할 수 있는 계열사가 많지는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에서야 DCM 시장에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키우며 성장했다.

      결국 금감원의 칼날은 DCM의 전통적인 강자들이자 라이벌 관계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으로 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1분기까지는 NH투자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KB증권을 제치고 DCM 전체 주관 1위를 수성했지만,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KB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회사채를 주관하며 계열 금융사들의 북(book·운용 한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는 평가다.

      관건은 주관사들이 계열사들의 수요예측 참여와 관련한 근거를 당국에 어떻게 소명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회사채 발행 시장이 '자유로운 입찰'과 '시장 경쟁'의 형식적인 틀을 갖추고 있고, 발행사가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 역시 발행사의 자율적인 선택에 기반하기에 당국이 이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을 적발하고 입증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채 시장은 중대한 오류 없이 작동하고 있는데, 일부 기관이나 운용사가 물량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전수조사까지 나설 필요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주관사가 계열사에 수요예측 참여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실질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사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 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올해 상반기 금융투자부문 검사 역량을 캡티브 영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주관사들의 캡티브 영업 관행으로 회사채 금리가 왜곡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상반기까지 검사를 마친다면, 결과는 이르면 7월 중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원장의 임기가 내달 5일 마무리된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검사 자체가 이 원장의 주도로 시작된 만큼, 퇴임 이후 검사에 다소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