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나갈 생각 없다"면서 계약 해지 통보…임차료 인하 승부수?
입력 2025.05.27 07:00
    임차료 인하 압박 위해 '해지 통보' 전면에 내세우지만
    구두로는 "당장 안나간다"…임대인과 협상 위한 수 싸움
    계속기업가치 사수 승부수…회생가능성엔 여전히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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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임차료 인하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매장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한편, 실제로는 “6개월에서 1년은 나갈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협상장을 떠날 뜻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홈플러스 측의 행보는 임대인들에게 혼선을 더해 압박을 가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는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당초 6월 12일에서 7월 10일로 한 달 가까이 연장했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점포 임대인들과 임차료 조정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리스부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산출이 어려운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68개 매장을 대상으로 임차료 인하 협상을 벌였으며 지난 15일까지 협상 답변을 요구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홈플러스는 협상 기한 연장을 요구했고 17개 매장의 임대인들이 이를 거부하자, 이들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일종의 '경고성 카드'로, 비협조적인 임대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계약 해지 통보가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임대인들과 협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임대인들에게 “6개월에서 1년은 매장을 비울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매장을 매각하거나 폐점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해지통보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로 사용하며 임차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임대인들은 향후 임대료 수령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출에 대한 EOD(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매장을 인수했기 때문에 상환 여력이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시행사인 MDM그룹은 10개 매장을 인수할 당시 받은 대출에 대해 이미 이자 보충 약정을 맺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자체 신용보증을 추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금 여력이 있는 MDM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임대인들은 홈플러스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와 공모펀드를 운용 중인 운용사의 자금력이 특히 취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KB부동산신탁은 운용 중인 홈플러스 사당점과 평촌점에 대해 아직 임대료 합의를 마치지 못했다. 홈플러스 매장을 공모펀드에 담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유경PSG자산운용 역시 임대료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재무적 여유가 부족한 롯데건설도 영등포점, 금천점, 동수원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 총 4개 매장의 임대료 조정에 아직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들 매장에 대한 계약 해지가 현실화될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이처럼 강수를 두는 배경에는 '계속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이 현재 보고서를 작성 중인데, 회생 절차에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사업 유지가 가능하다.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이 영업을 지속할 때의 경제적 가치를, 청산가치는 자산을 처분해 회수 가능한 가치를 의미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주요 비용 요인은 임차료, 금융비용(이자), 인건비 등이다. 국내 고용환경상 인력 감축이 어렵고, 금융사로부터의 채무 감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협상 여지가 있는 임차료 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모두 크지만, 홈플러스가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수단은 결국 임차료 절감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영업적자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회생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현재 회계상 임차료의 일부만이 영업이익에 반영되고 있음에도 적자가 크다는 것은, 임대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도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이 낮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외부에서는 삼일회계법인이 '상당한 가정'을 더해야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아질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즉 점포 축소, 인건비 절감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당장 협상 여지가 있는 임차료 조정에 총력을 다하며 계속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누적된 영업적자가 상당하다는 점이 회생가능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