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작년 1651억원 규모 대출채권 매각
매각으로 10~20% 손해 보며 수익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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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가 오는 2분기에도 높은 연체채권 회수율을 기록하며 2위인 신한카드와의 격차를 벌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로 카드론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약해졌고, 카드론 잔액이 많은 신한카드 등은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 침체는 물론, 연체율 관리와 채권 회수율이 카드업계 실적을 가를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카드 업계 1위를 바꾸는 '지각 변동'을 일으켰고, 갈수록 간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29일 삼성카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90일 미만 연체채권 회수율은 62.6%다. 전년동기(39.1%)보다 23.5%포인트 올랐다. 분기별로 보면 2017년 4분기(67.4%) 이후 최고치다. 2분기 회수율은 계절 특성상 1분기 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역시 전년동기 대비로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주요 카드사 중 유일하게 부실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직접 회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실채권 매각액은 통상 채권의 80~90%로 알려졌다.
다른 카드사는 주기적으로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당장 연체율 관리에 유리하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는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만큼 부실 위험이 커서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부실 대비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줄고, 당장 일회성 이익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신한카드처럼 자산 규모가 큰 회사는 연체율이 조금만 올라도 충당금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에 부실채권 매매에 적극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신한카드의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165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070억원에서 54% 증가했다. 카드론 영업이 덜했던 2021년(100만원), 2022년(1억원)에 비하면 순식간에 늘었다.
신한카드는 미래 수익을 포기하고 대출채권을 매각하면서 겨우 연체율을 방어했다. 작년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73%로 2023년 말과 같다. 지난 1분기에는 소폭 오른 1.8%를 기록했다. 다만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2024년 말 1.08%, 올해 1분기말 1.12%로 신한카드보다 낮다.
건전성을 지켰지만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는 없었다. 결국 신한카드는 작년 연간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삼성카드에 내준 뒤 올 1분기에도 2위에 머물렀다.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와 합병 이후 카드업계 1위를 줄곧 지켜왔다. 2010년과 2014년 잠시 1·2위가 바뀐 적은 있지만, 당시는 삼성카드의 주식 매각 등으로 인한 일회성 이벤트였다.
카드업계는 이 같은 격차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최근 수년간 고금리, 적격비용 인하 등 카드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카드사들이 고위험·고수익의 카드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신한카드의 카드론·현금서비스 잔액은 9조8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7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을 때야 부실채권을 품고 갈 수 있지만, 경기 악화로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선 매각밖에 방법이 없다"며 "당국이 카드론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신규 영업이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양사의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