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CC 가성비 좋다더니…현대카드, 수익성은 나중에?
입력 2025.06.05 07:00
    PLCC 계약 체결 시 마케팅 비용 '독박'
    당국 "비용 분담률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시장점유율 끌어올렸지만 수익성은 '4위'
    •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영업에 힘썼던 현대카드가 '수익성 분석'을 강화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제휴사와 나눠내야 할 마케팅 비용을 전담하는 등 비합리적인 계약을 맺어서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 등 외형 성장에 치중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카드에 경영유의사항 8건, 개선사항 15건을 제재 조치했다. 현대카드가 주력으로 삼는 PLCC의 마케팅 비용도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회사가 포인트 비용의 일정수준을 분담하는 건이 많음에도 수익성 분석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마케팅비용이 과다 지급될 소지가 있다"며 "제휴사와의 포인트 비용 분담률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PLCC 상품의 수익성 분석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공동으로 기획한다. 카드사가 비용을 전담하는 제휴카드와 달리 PLCC는 카드사와 제휴사가 수익과 비용을 함께 부담한다. 통상 카드사는 카드 발급과 관리 비용을 담당하고, 제휴사는 마케팅 및 모집 비용을 맡는 구조다. 현대카드는 지금까지 19개 브랜드와 협업해 40종의 PLCC를 내놨다.

      PLCC는 혜택이 한 제휴사에 집중되는 대신 다른 카드에 비해 포인트 적립률이나 할인율이 월등히 높다. 예를 들어 '올리브영 현대카드'는 올리브영 이용 금액의 최대 5%를 돌려준다. 현대카드의 대표작인 '현대카드제로'가 1.2%의 포인트 적립, 혹은 0.8%의 할인을 제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혜택 차이가 크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현대카드가 대부분 짊어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PLCC 계약 체결 시 현대카드가 포인트 비용의 최대 100%까지 분담하는 건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런 계약 형태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PLCC가 범용 신용카드(GPCC)보다 좋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제휴사와 비용을 나누기 때문인데, 카드사가 이를 대부분 부담할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 관계자는 "비용분담률을 카드사에 치우치게 설계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며 "가맹점 수수료가 기껏해야 2% 남짓인데 포인트 비용을 절반씩 부담한다고 해도 5% 이상 혜택이 들어가면 지급·결제 등 메인 서비스에서는 이미 적자"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제휴사 외 다른 가맹점에서 이용하거나 할부 수수료를 내게 되면 손실을 약간 메울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적자를 보는 구조라는 점에서 금감원이 지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PLCC 출시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여전히 갈 길이 먼 이유다. 1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신판 점유율은 17.5%로 신한·삼성카드에 이어 3위다. 반면 1분기 순익은 614억원으로 삼성·신한·KB국민카드에 이은 4위에 그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타 카드사가 PLCC 출시에 신중한 건 아무리 훌륭한 브랜드라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지금 사업 구조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고객으로선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