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MG손보처럼 될 것'...산은 수혈 움직임에도 KDB생명 생존은 '회의적'
입력 2025.07.01 07:00
    앞으로 총 1조 유상증자…자본잠식·건전성 문제 해결해야
    자생 능력 없는 매물… 업계선 "청산·계약이전 고려할 때"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업은행의 KDB생명 매각에 험로가 예상된다.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든 후 급히 1조원 규모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적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뒤 순익이 급감했고, 건전성 또한 업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악화일로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매각에 실패해온 데다 자회사 편입 후에도 뾰족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 사실상 청산 혹은 계약이전 외에는 탈출구가 없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청산 결정이 난 MG손해보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재 KDB생명에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자본잠식을 해결하고 감독 기준을 크게 밑도는 건전성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KDB생명 공시를 보면 지난 1분기 기준 KDB생명의 실질 자기자본은 마이너스(-)134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1분기 말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40.6%로 생보사 중 두 번째로 낮다. 1분기 순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동기(71억원) 대비 62% 감소했다.

      KDB생명은 지난 3월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KDB생명을 관리하고 있던 사모펀드 존속기간(15년)이 만료되면서 청산을 위해 직접 최대주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6차례 이상 매각을 진행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보험업계에선 KDB생명이 새 주인을 찾는 사이 제대로 된 경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IFRS17가 업계 전반을 뒤흔들며 보험판매대리점(GA), 건강보험 위주의 시장으로 개편됐지만, 이를 발 빠르게 쫓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IFRS17 하에선 장기 건강보험 판매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그간 생보사가 집중했던 연금 등 저축성 보험은 부채로 인식돼 실적에 불리하다. GA 등 보험설계사를 최대한 확보해 새로운 건강보험을 파는 게 빠른 실적 확보의 길로 인식된다.

      실제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생보사 설계사 수는 9만3000명에 달한다. 2023년 말 7만7000명, 작년 말 8만8000명 등 꾸준히 증가해왔다. 반면 KDB생명의 설계사 수는 2023년 말 1093명, 2024년 말 958명, 2025년 4월 926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줄였다는 건 사실상 영업을 포기했다는 소리"라며 "현장 인력이 없으니 신상품을 개발하기도 어렵고, 새 회계기준에 한참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런 가운데 KDB생명이 찾은 출구는 요양산업이다.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 데이케어센터를 개소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기엔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다. 자본력과 지주 내 금융·비금융사 시너지를 갖춘 신한·KB 등에 밀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증자를 통해 건전성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매각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KDB생명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앞으로 증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고 예상하면 총 2조5000억원을 수혈하는 셈이다. 이 같은 투자액을 회수하는 건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중론이다.

      KDB생명과 자산 규모가 비슷한 ABL생명의 매각가가 2654억원이었다. 더욱이 ABL생명의 킥스 비율은 1분기 경과조치 전 기준 104.6%로 KDB생명보다 훨씬 높다. 순익 측면에서도 올해 1분기 175억원을 확보하며 전년 동기(105억원)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정상화 및 매각에 매달리기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냉정한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청산 절차를 밟고, 계약을 이전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란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은 역대 산업은행장들의 아픈 손가락"이라며 "국책은행의 자회사란 점을 고려할 때 무조건적 청산은 어렵겠지만, MG손보와 같은 계약이전 방식을 고려해 볼 때"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하긴 해야겠지만 금액은 매년 나눠 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 총액을 추정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