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1600억원 조달…시장 소화 어려워
신종자본증권 조달 카드 꺼낼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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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가 만기 1년 이하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며 현금흐름 방어를 이어가고 있다. 메가박스중앙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가 올해 찍은 CP의 총 규모는 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연간 기준 CP 발행량이 4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반년 새 6배나 발행 규모가 늘었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6월 13일 900억원 ▲6월 20일 400억원 ▲6월 23일 300억원 등 총 1600억원 규모로 CP 조달을 마쳤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3월 400억원 ▲4월 400억원 등의 순으로 CP 발행을 한 바 있다. 이후 지난 5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6월 들어 CP 발행량을 늘리는 추세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강제상환옵션을 내걸고 100억원 규모 사모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연 5.6%의 높은 발행금리로 조달을 마쳤는데, 이후 단기 자금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메가박스중앙과의 합병 소식을 전한 후 조달 여건이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CP 발행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도 시장에서 물량 소화가 원활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신디케이션 조직을 통해 인수한 금융상품을 증권사나 은행 등 기관 투자자에게 셀다운(재판매)해야 하는 구조다.
이달에만 ▲한국투자증권 1300억원 ▲삼성증권 450억원 ▲NH투자증권 300억원 등의 순으로 롯데컬처웍스 CP 발행 주관을 맡았다. 3~4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 업무를 도맡았으나, CP 발행 비중이 커질수록 다양한 주관사단을 확보했다.
롯데컬처웍스 CP 신용등급은 'A2-'등급이며, 회사채 신용등급은 매겨지지 않은 상태다. 통상 단기물 A2는 비우량물로 회사채 기준 BB~BBB급으로 여겨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정적 이슈가 있는 기업의 경우 기관 셀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롯데컬처웍스 CP 주관 업무를 맡을 때에도 내부에서 이걸 꼭 해야겠냐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롯데컬처웍스가 단기물로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뒤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달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증권사를 압박 중이라는 후문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결기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2023년 1492억원에서 2024년 1987억원으로 33.17%가량 늘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법인이 외부 자본유치를 본격화해 경영권 이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는 지난 5월 합병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최근 UBS를 통해 전략적 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롯데컬처웍스가 시장 자금을 통해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영화산업은 구조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한다는 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외부 자금 유치를 받으면서 궁극적으로는 매각도 감안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