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투자사 각축전…키움·대신F&I, 은행계 빈자리 노린다
입력 2025.07.11 07:00
    금융지주 RWA 관리 강화…하나·우리금융F&I 점유율 하락세
    "회사별 대응 전략 따라 시장점유율 변동"
    키움·대신F&I, 유상증자에 등급 전망 '상향'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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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 한 해만 9조~10조원 수준의 은행권 부실채권(NPL)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NPL 전업투자사들의 입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계 투자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한 위험가중자산(RWA) 규제하에 속도 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이 틈을 타 비은행계 투자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는 총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권 NPL 매각 물량은 지난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5조6000억원 등의 순으로 급성장했다. 통상 연말에 물량이 몰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연간 기준 9조~10조원 수준으로 NPL 매각 물량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NPL 전업투자사들의 경우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뒤이어 은행계열 전업투자사인 하나에프앤아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와 비은행계열인 대신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의 RWA 관리 강화로 하나에프앤아이와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NPL 매입 규모가 제한되면서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유암코, 대신에프앤아이, 키움에프앤아이의 시장점유율은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NPL 매입액 기준 시장점유율을 살펴봤을 때 유암코의 경우 지난 2023년 39.6%에서 2024년 46.6%로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신에프앤아이는 12.1%에서 17.3%로, 키움에프앤아이는 7.5%에서 13.0%로 올랐다. 반면, 하나에프앤아이는 23.7%에서 12.6%로,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12.6%에서 10.2%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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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의 경우 자기자본비율(BIS) 관리를 위해 RWA가 높은 NPL 자산 매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에프앤아이와 하나에프앤아이는 내부 유동성을 활용해 선별적인 자산 매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한정된 RWA 한도를 활용하기 위해 위험자산은 우리투자증권으로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NPL 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NPL 투자사들은 RWA 규제하에 적극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NPL 자산 매입 규모 자체를 타사 대비 늘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기평도 "올해 NPL 투자사의 대규모 NPL 매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별로 대응 전략에 따라 시장점유율에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의 RWA 관리에 따른 NPL 매입 규모 제한이 NPL 투자사별 시장점유율 변동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대신에프앤아이와 키움에프앤아이는 적극적으로 NPL 매입 물량을 늘리고 있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적정성을 확보하며, 두 곳 다 신용평가사들의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적적'으로 오르는 등 신용등급에 청신호도 켜졌다. 대신에프앤아이의 경우 NICE(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키움에프앤아이의 경우 NICE신평이 등급 전망을 높였다.

      키움에프앤아이는 지난 2020년 10월 설립된 업계 후발주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우키움그룹의 적극적인 유상증자에 힘입어 자본력을 강화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한 이후 올해까지 총 28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대신에프앤아이의 경우 지난 2021년 나인원한남 조기분양 이후 대규모 분양대금이 유입되며 자본적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자기자본 규모만 봐도 지난 2020년 말 4328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조20억원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이어 지난 5월 대신증권이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결국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자본력 싸움이 필요하다"며 "그룹에서 적극적으로 유증을 한다는 건 해당 섹터를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