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M&A 주목적인 출자 사업 다수 참여
기업 승계 고민 큰 CEO들…중형급 M&A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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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소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올해 상반기 출자 사업(펀드레이징)에서 약진하면서 중소형 인수합병(M&A) 시장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M&A를 주제로 한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의 출자 사업에서 중소형 PEF 운용사들이 위탁운용사(GP)의 지위를 따내는 데 잇따라 성공했이다. 중소형 M&A의 경우 창업주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승계를 포기해 매물로 나온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펀드 조성 이후 자금을 쏟을 거래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M&A를 추진하는 데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조건의 출자 사업에서 연달아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IBK금융그룹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M&A 분야 출자 사업, KDB산업은행의 혁신성장펀드 M&A 부문 출자 사업, 교직원공제회와 산재보험기금의 출자 사업 등이다.
헬리오스PE도 올해 상반기 열린 주요 출자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음PE와 함게 IBK금융그룹의 M&A 펀드 출자 사업에 GP로 선정됐고, 한국수출입은행의 첨단전략산업펀드, KDB산업은행의 M&A 분야 출자 사업도 맡게 됐다. 이달 GP를 최종 선정하는 MG새마을금고중앙회 출자 사업에도 참여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외에도 KYPE, 아주IB투자를 비롯한 중형 PEF 운용사들이 올해 상반기 출자 사업에서 약진했다. 주요 LP들이 다양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려는 전략에 맞춰 올해 중소형 규모의 PEF 운용사에 출자 사업의 문을 연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M&A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대형 거래 대신 몇천억원대 규모의 중형 거래가 활발했던 점도 중소형 PEF 운용사가 출자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는 계속 나오고 있다"며 "기업 가치(밸류에이션)의 눈높이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경영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 매물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은 중형급 M&A 시장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CEO의 절반 이상은 10년 내 승계를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통상 자녀에게 먼저 기업을 승계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승계를 거부하는 자녀들로 인해 갑작스럽게 회사를 매물로 내놓거나, 창업주 사후 기업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 M&A의 경우 거래 규모가 작기 때문에 5000억원 정도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PEF 운용사들이 해당 거래를 관심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국내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M&A 자체가 펀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가업 승계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를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 M&A는) 거래 규모가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로 예상된다"며 "5000억원 정도의 블라인드펀드 운용사에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국내 중견 기업 A사는 5년 전 의료기기업체 B사를 200억원 정도의 헐값에 인수했다. B사의 경영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가 갑작스럽게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B사의 자녀들은 가업 승계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평소 M&A를 통해 의료기기 사업을 추진하려던 A사에 인수 기회가 찾아왔다. 또 다른 기업 C사의 창업주도 지난해 일흔을 넘긴 나이에 지분 매각을 선택했다. 이 창업주는 경영 승계가 어렵다고 판단해 보유 지분을 모두 다른 기업에 넘겼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A 자문을 진행한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주의 자녀들이 의학이나 예술 등 경영과 아예 관련 없는 업종에 종사하거나, 현재 유학생 신분이라 사실상 기업 승계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지방 소재의 제조업체들은 창업주의 자녀들이 지방살이를 원하지 않아 기업 승계 자체를 거부하거나, 오히려 창업주를 설득해 회사 매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EF 운용사 입장에서도 기업 승계가 어려운 회사의 창업주나 자녀들이 매각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거래 성사의 공산이 커진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영권 이전(바이아웃) 거래라면, 창업주와 소통하기가 관건"이라면서도 "이들이 매각에 적극적이면 설득이 수월하니 (PEF 운용사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블라인드펀드가 없는 PEF 운용사라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서라도 승계 문제가 있는 알짜매물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