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대상'에서 멀어진 하나금융 클럽원…WM 경쟁 격화 속 존재감 실종
입력 2025.08.01 07:00
    HOUSE 동향
    한때 증권가 ‘견제 대상’이던 하나금융 클럽원, 최근 존재감 약화
    비상장 투자 앞세운 고위험 전략, 시장 환경 변화에 연이어 타격
    주요 인력 이탈·내부 평가 하락…WM 경쟁 속 고립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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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산관리(WM) 시장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때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하나금융그룹의 클럽원(Club1) 센터가 뚜렷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타 증권사들이 견제 대상으로 삼을 만큼 주목받았지만, 최근엔 이름조차 잘 언급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산관리 규모는 3316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조원 이상 늘었다. 이는 5년 전(2257조원) 대비 약 47% 증가한 수치다. 창업 1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젊은 기업가들의 자산 형성도 활발해지면서 WM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들도 이를 겨냥해 고액자산가 전담 조직을 강화하며 경쟁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본부를 신설하고, 올해 5월에는 첫 패밀리오피스 지점을 열었다. NH투자증권도 고액자산가 전담 조직을 HNW(High Net Worth)지원부로 확대했고, KB증권 역시 지난해 12월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도곡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점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 의존도를 줄이고 WM 부문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는 가운데, 관련 KPI까지 도입해 내부 동기 부여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과 달리, 하나금융의 클럽원은 점차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클럽원은 2017년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이 공동으로 선보인 VVIP 초고액자산가 대상 프리미엄 자산관리(WM) 특화 점포다. 30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주 타깃으로 한다. 삼성동 1호점을 시작으로 비상장 주식 등 대체투자 상품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으며, 개점 2년 6개월 만에 자산관리 규모 8조원을 넘기며 ‘비상장 투자 메카’로 불렸다. 한때는 타 금융사들이 견제할 정도로 업계 내 입지도 탄탄했다.

      이 같은 성장세의 중심에는 클럽원만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있었다. 클럽원의 모토는 ‘최대한의 수비는 최대한의 공격’.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률 기대치가 높은 비상장 기업 투자를 전면에 내세웠고, 당시 저금리 기조와 유니콘 기업 붐에 힘입어 대표적인 성공 사례도 배출했다. 2021년 상장한 크래프톤의 경우, 클럽원이 170억 원을 투자해 1년여 만에 400%가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 '히트작'이 됐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글로벌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 국면이 도래하면서, 고위험 비상장 투자 전략은 점차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며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일이 빈번했고, 비상장 투자자들의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다. 클럽원 역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실패 사례가 늘어났다.

      예컨대 ‘이안’은 반도체 팹리스 분야의 스타트업으로 클럽원이 투자한 주요 비상장 기업이었지만, 기대와 달리 상장이 철회되며 회수 실패로 이어졌다. 또 다른 투자처였던 온플랫폼은 창업주가 회삿돈을 전액 횡령해 현재 청산 수순에 돌입했으며, 수백억원이 들어간 클럽원 고객 자산의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말 클럽원 삼성 1호점의 상징이자 설립 주역이었던 전병국 하나증권 부사장의 퇴사는 클럽원의 위상 변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부사장은 크래프톤 등 유망 비상장기업을 발굴하며 클럽원을 VC 투자 허브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내부 감사 진행 중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계기로 클럽원 내부 인력의 이탈도 본격화된 모양새였다. 지난해 클럽원 PB 5명이 NH투자증권으로 이직했으며, 클럽원 근무를 위해 하나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겼던 일부 PB들도 다시 원소속인 은행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는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가장 가고 싶은 점포'로 꼽혔지만, 지금은 내부 선호도조차 예전만 못하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 해 전만 해도 클럽원은 업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꼽혔지만, 지금은 옛 명성만 남은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