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CP 발행으로 운영자금 마련
"차입 만기 대응 여부 불확실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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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케미칼이 여천NCC에 자금 대여를 결정하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는 일단락한 분위기다. 다만 여천NCC의 적자폭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차입금 상환을 두고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여천NCC의 총차입금은 1조75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성 차입금은 8953억원으로 총차입금의 51.1% 수준이다. 특히 단기성 차입금은 지난해 말(6041억원)과 비교했을 때 48.2%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중 만기 도래를 앞둔 회사채와 장기차입금은 1988억원으로 나타났다. 2026년에는 5175억원 규모의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적자폭이 커지는 등 실적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여천NCC는 2분기 말 기준 매출 1조3733억원, 영업손실 4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매출 1조6168억원, 영업손실 347억원과 비교했을 때 적자폭이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796억원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버퍼도 부족하다. 2분기 말 기준 여천NCC의 현금성 자산은 136억원에 불과해 단기 차입금 상환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 단계 하락하며, 발행시장 문턱도 높아졌다. 여천NCC는 지난해 두 차례 공모채를 조달했으나, 올해는 은행권 대출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여천NCC의 CP 발행량을 보면 지난 2월 100억원, 4월 500억원, 7월 700억원 순으로 발행이 이뤄졌다. 통상 3개월물을 주로 조달했으나, 가장 최근 발행한 CP의 경우 14일물, 16일물 등 만기일이 짧아졌다. 또 은행 대출이 늘면서 일부 거래은행들이 여천NCC 여신한도를 줄이면서 자금 조달 능력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반기에 여천NCC는 물론 석유화학사들의 공모 회사채 발행은 물 건너간 분위기"라며 "사모채나 기업어음(CP)으로 조달이 이뤄질 것이며, 정부에서 도와주길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결국 차환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성 차입금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화와 DL의 추가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절반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합작계약상 양 주주사 모두의 동의 없이는 자금 지원 집행이 불가능하다. 자금 지원 여부를 두고 양사 간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지원금 확보는 오히려 여천NCC의 부채비율을 악화시킨다. 한화와 DL의 지원금 3000억원을 모두 대여금으로 받을 경우 해당 자금은 고스란히 여천NCC 재무제표상 부채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2분기 말 기준 여천NCC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38.04%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만 해도 81%에 머물던 여천NCC의 부채비율은 ▲2020년 113% ▲2021년 181% ▲2022년 200% ▲2023년 277% 등의 순으로 매년 오름세를 보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사의 자금 지원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차입 만기 대응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 능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일부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을 막기 위해 부채비율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