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익으로 보험손익 급감 메꾼 메리츠화재...하반기 마진확보 가능할까
입력 2025.08.29 07:00
    보험손익 -23%…손해율 오르며 예실차 급감
    채권 교체매매·주식 호조 덕분에 실적 만회
    "하반기 채권 매매익 미지수, 무해지 경쟁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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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실적을 두고 보험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격적 투자로 얻은 이익으로 보험부문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지만, 실적의 안정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손해율이 오르며 예실차가 급감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무저해지 보험 등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을 중심으로 영업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를 통해 보험부문 손익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상반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98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9977억원에서 1%(104억원)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7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이 53% 증가한 60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보험손익이 급감한 건 예실차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작년 상반기 2122억원에 달했던 예실차는 올해 372억원으로 82%(1750억원) 줄었다. 메리츠화재는 작년까지 이어진 의료파업이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손해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장기보험 손익은 19% 감소한 6996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도 소폭 감소한 5744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동차보험 손익은 -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일반보험 손익은 321억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나마 대형 사고 익스포저가 크지 않아 보험손익 타격이 비교적 적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의 경우 보험가입금액이 1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메리츠화재 보유 비중은 5%로 손해액은 28억원을 인식하는 데 그쳤다.

      메리츠화재는 투자 부문에서 실적을 만회했다. 장기채권 교체매매, 국내외 주식시장 호조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하반기에도 이처럼 투자손익 덕을 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중현 대표는 "하반기에도 국채금리 상황에 따라 교체매매는 지속될 수 있지만, ALM 관리 목적 하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차익 발생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주식 등 보유자산의 이익증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공격적인 투자방식에 따른 건전성 악화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상반기 대출채권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6.7%로 전년 동기(3.1%) 상승했다. 홈플러스 기업대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말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 중 위험자산(주식 및 출자금·수익증권 및 기타유가증권·일반대출채권·부동산) 비중은 59%다. 작년 말 기준 업계 평균은 51%였다.

      증권가에서도 메리츠화재의 실적에 대해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보험손익 중심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평가처분손익에 따른 영향이 다소 높았던 만큼 전체적인 실적의 안정성은 이전보다 다소 낮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본업인 보험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상반기 메리츠화재 신계약 CSM은 7300억원으로 삼성화재(1조4200억원), DB손보(1조5000억원), 현대해상(1조원)보다 적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CSM 배수도 12.4배로 이들의 14.5~18.9배 대비 소폭 낮다.

      메리츠화재는 자본건전성을 경쟁력의 근거로 제시했다. 보험업계의 주력 상품인 무저해지 건강보험은 CSM 확보에 유리하지만 만기가 길어 그만큼 부채가 많이 잡힌다. 지급여력(킥스)비율이 낮은 회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판매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메리츠화재의 2분기 말 킥스 비율은 238.9%로 규제 수준(130%)을 한참 웃돈다. 다만 경쟁사들 역시 건전성을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삼성화재는 274.5%, DB손보는 213.3%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중현 대표는 "4월 이후 무해지 보험 중심의 역마진 출혈 경쟁이 일부 정상화되면서 당사 역시 본격적인 경쟁에 참여 중"이라며 "시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신상품 신담보를 매월 지속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구도는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조금씩 나누어지고 있다"며 "자본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나쁜 회사일수록 신계약 판매량 증가, 특히 듀레이션이 긴 상품 판매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