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에 쏠리는 관심…계엄 이후 대규모 인사 되돌리나
입력 2025.09.03 07:00
    전임 이복현 원장 계엄 이후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 단행
    새로운 이찬진 원장 취임하면서
    색깔 반영한 새 인사 기조 주목
    • (그래픽=양선우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양선우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현안 점검과 금융권 인사와의 첫 만남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단연 앞으로 있을 금감원 인사에 쏠린다. 지난해 말 전임 이복현 원장이 단행한 초대형 물갈이 인사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세대교체가 전문성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신임 원장이 과연 어떤 인사 기조를 내세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4대 시중은행장을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강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업권별 간담회도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가며 ‘소통형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검사 역량 강화와 조직 기강 확립에 집중했던 이복현 전 원장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복현 전 원장이 특수부 검사 출신답게 일사불란한 검찰식 문화를 이식하려 했다면, 이찬진 원장은 시민운동과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와 조율을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향후 인사 방향으로 옮겨간다. 금감원 조직개편과 국정감사가 있는 만큼 해당 이슈에 발맞춰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로펌 관계자는 “국정감사 전후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벌써부터 금융권의 화두는 금감원 인사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원장이 지난해 12월 단행한 인사가 워낙 대규모였던 만큼, 이를 유지할지 일부 수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당시 금감원은 국장급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전면 재배치하는 초강수를 뒀다. 절반 이상은 신규 승진자로 채워졌고, 1972~1975년생 인력이 주축이 됐다. 1977년생 김세모 국장은 최연소 부서장으로 발탁되며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꼽혔다. 그 결과 통합 이전 각 감독원 출신으로 입사한 베테랑 국장들은 줄줄이 뒷선으로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창 일할 50대 국장들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불만이 금감원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경험 많은 인력이 자리를 잃고 특별한 보직도 받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은 조직적으로도 손실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도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장에 나온 검사들이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사소한 문제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며 “과거 베테랑 검사들이 핵심 리스크를 정확히 짚던 것과 달리, 현재는 ‘일단 다 뒤져본다’는 방식이어서 업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적 변수도 향후 인사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해 계엄 직후 단행된 대규모 인사를 두고 “혼란기에 이뤄진 무리한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는 단순히 금감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당시 여러 정부부처에서 이뤄진 인사와도 맞물려 있다. 

      올해 국정감사, 정부 조직개편 등이 일단락되면 연말 인사 국면에서 금감원 역시 방향 전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계엄 시기 인사가 알박기로 비칠 경우 정권 초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 수 있다”며 “금감원도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금융권의 시선은 이찬진 원장이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모인다. 전임 인사의 세대교체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전문성과 현장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손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과감한 수정이 이뤄진다면 “젊어진 시계”를 되돌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인사는 금감원의 감독 철학과 리더십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