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논란 등에 IPO 기한 연장할 듯
GA 경쟁력 '다양성'인데 한화생명 상품 비중 80%
-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내년까지로 약속한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인수합병(M&A)에 외부 투자까지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지만 정작 상장 관련 움직임은 매우 조심스러운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주주들에 약속한 상장 기한을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는 IPO 관련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IPO 주관사 선정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주주들에게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내년 9월 이내 상장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후 상장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 내년 9월 상장을 예상했던 건 한국투자금융그룹과의 투자 계약 때문이다. 지난 2023년 9월 한국투자금융은 한금서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기한 내 상장하지 못할 경우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 위약매수청구권, 동반매각권 등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IPO 기한은 2026년 9월로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약대로 내년 9월에 상장하려면 지금은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단계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아직까지 주관사 선정 등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IPO 기한 연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금서가 IPO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로 중복상장 논란을 제시한다. 한금서는 2021년 한화생명의 제판분리로 탄생한 법인보험대리점(GA)이다. 이로 인해 한금서는 처음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한화생명과 중복상장이라는 지적에 시달렸다. 한화 그룹 내에서 한화에너지가 먼저 상장 의지를 밝힌 점도 부담이라는 평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이 중복상장 논란을 겪으며 IPO 시장이 주춤하는 분위기고, 한금서도 해당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도 먼저 IPO를 선언한 기업이 무사히 상장한 뒤 또다른 IPO를 준비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추진 시기가 불투명해진 것과는 달리 외형 성장은 지속하고 있다. 한금서는 모회사의 전폭적 지지 속 수년 동안 외형을 대폭 키웠다. 한화생명은 한금서 출범 당시 2만명에 달하는 전속 설계사 조직 전체를 이관했다.
이어 2023년 설계사 4000명 규모의 피플라이프를 인수했고, 올해 7월에는 설계사 2000명 규모의 IFC그룹 인수를 마쳤다. 지난 6월 기준 한금서·피플라이프·IFC그룹 3개사의 설계사 수는 총 3만4000명에 달한다.
설계사 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GA업계 특성상 재무상황도 급속도로 나아졌다. 실제 한금서는 2023년 연결 기준 700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고, 2024년에는 순익이 1586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금서의 한화생명 편중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금서는 현재 생·손보 33개사와 판매 계약을체결하고 있지만, 판매 상품의 대부분이 한화생명이다. 다양한 회사의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는 GA로서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영업상 모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며 "2024년 월납초회보험료 기준 신계약은 한화생명의 비중이 80%를 상회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화생명은 한금서 지분 88.8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1.11%는 한국투자어슈어런스 사모투자 합자회사 7.67%, 한국증권금융 3.44% 등이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