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롯데렌탈 인수·티빙-웨이브 합병…연내 마무리 가능할까
입력 2025.09.29 07:00
    신세계-알리바바 JV, 공정위 조건부 승인…9부 능선 넘어
    롯데렌탈 인수 심사 진행 중…티빙-웨이브 합병은 주주 갈등
    11번가는 연내 결론 전망…롯데카드·롯데손보 매각은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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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가 4분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결론이 지연된 거래들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알리바바 JV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며 9부 능선을 넘겼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인수는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티빙-웨이브 합병 건은 공정위는 넘었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 해결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SK그룹이 연내 11번가 콜옵션 사태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추진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가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이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리바바와 신세계그룹의 전자상거래 JV 설립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조건이 붙었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의 롯데렌탈 인수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공정위의 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결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행 법상 공정위는 신청일 기준 30일 내 결론을 통보해야 하지만, 심층 심사가 필요할 경우 최대 90일을 더해 총 120일 이내에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어피니티와 롯데그룹은 올해 3월 11일 롯데렌탈 매각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상법 개정 이후 첫 공정위 대형 기업결합 심사로,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싸고 소액주주의 반발이 거세고 있는 상황도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높은 시장 지위를 고려해 강력한 조건부 승인을 내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합병을 위한 MOU를 체결했지만, 공정위 심사와 이해관계자 조율이 길어지면서 결론이 지연됐다. 양사는 2024년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올해 6월 공정위가 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면서 당국의 벽은 넘었다. 공정위는 해당 결합이 OTT 시장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2026년까지 요금 동결 등 행태적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의 벽은 넘었지만, 아직 KT 등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지연 배경에는 KT와 CJ ENM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KT는 과거 시즌을 티빙에 넘기며 발생한 1000억원대 보상 문제와 경쟁사 웨이브와의 합병 조건 차이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KT의 지분율이 13.5%에 불과해 주주총회 표 대결 시 합병 결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빅딜임에도 불구하고 통합사 출범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콘텐츠 사업 육성 의지를 내세우며 토종 OTT 육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아 영화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문화사업 부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T와 SKT가 IPTV 문제 등으로 얽혀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정부가 토종 OTT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KT도 최종적으로 합병에 동의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미해결 과제였던 11번가는 올해 내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현재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하고 일부 상환 및 유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SK스퀘어는 11번가 FI 지분 약 20%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고, 계약에 따라 2년이 지난 10월 3일부터 2차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행사 기간은 12월 말까지다.

      현재 그룹 측이 콜옵션 행사 이후 11번가 정리 방안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자회사와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이달 혹은 내달 SK스퀘어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론을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인수했다. 앞서 2022년 JP모건을 주관사로 정하고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올해 들어 재매각에 나서면서 예비 입찰 등을 진행했지만 금융지주들도 마땅히 나서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대규모 해킹 사태에 휘말리면서 평판 리스크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롯데카드가 단기간에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KL파트너스는 지난해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일부 금융사가 원매자로 거론된 가운데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투는 올해 초에도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실사를 진행했고 보험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다만 한투가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을 거의 다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롯데손보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