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모두 탈락하며 시중은행은 '자체 사업' 모드
배드뱅크·동남권투자공사 등 李 공약으로 전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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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계획이 백지로 돌아가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때 유력 후보로 꼽혔던 '유뱅크'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핀테크 기업 '렌딧'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영업을 종료한다. 각 컨소시엄의 기둥 역할을 했던 시중은행들은 자체 사업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 렌딧은 2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영업을 종료한다. 현재 모든 투자 상품의 상환을 완료한 상태로 남은 예치금은 11월10일까지 출금할 수 있다. 기간 내 출금하지 않은 금액은 등록된 계좌로 이체된다.
렌딧은 "더 나은 대출 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출발했으나 금융 환경 변화, 사업 전략 변경에 따라 온투업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렌딧은 유뱅크 컨소시엄(현대해상·현대백화점·네이버클라우드 등)을 이끌며 제4인터넷은행(인뱅)에 도전했다. 최종 예비인가 신청 직전 불참을 선언했지만, 인뱅 설립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온투업 영업을 종료하면서 제4인뱅 추진도 자연스레 마무리될 전망이다.
제4인뱅에 도전했던 다른 컨소시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하면서 금융위의 기조 변화가 분명해졌다는 관측이다.
금융위는 작년 말 인가 방침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1~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수 있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후 비상계엄과 정권 교체가 이어지면서 결과 발표가 3개월 가량 지연됐다. 결국 4개 컨소시엄을 모두 탈락시켰고, 향후 재추진 시점과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는 금융시장 경쟁상황,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 및 은행업을 영위하기 적합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기류를 감지한 시중은행들은 제4인뱅 재도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과 운영 노하우를 지닌 시중은행이 빠지면 기존 주주들 또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에 탈락한 컨소시엄들이 재도전하더라도 주주 구성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 하나 등 상대적으로 소호 부문에 약한 금융사들이 참여했지만, 최근엔 자체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안다"며 "언젠가 다시 예비인가 신청을 받으면 고려해보겠지만, 되든 안되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점도 제4인뱅 추진 의지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새 정부는 특정 은행이 소상공인 금융을 전담하기보다 개별 은행이 각자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는 관측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배드뱅크나 동남권투자공사 등이 우선순위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채무조정기구를 뜻하는 배드뱅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다음달 1일 출범한다. 정부는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된 개인채권을 사들여 조정·탕감하기로 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 금융기관인 동남권투자공사 역시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상공인 금융은 다음달 출범하는 배드뱅크를 통해서 풀어내고, 신규 금융기관은 동남권투자공사가 대신하지 않을까 싶다"며 "생산적 금융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으니 기존에 추진하던 제4인뱅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